지난 4일 열린 민관합동 '한식 세계화 추진단' 출범식에서 한식 세계화의 첨병으로 내세울 네 가지 음식이 선정됐다. 비빔밥,떡볶이,김치와 전통주다. 반가운 소식을 들은 김에 한국 술 이야기를 해 본다.

한국 술은 역사가 깊고 스토리가 풍부하다. 일본 고사기의 응신천황조(應神天皇朝)에는 1700년 전 백제인 수수고리가 일본에 술 빚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기록돼 있다. 그래서 일본의 한 신사에서는 그를 그리스로마신화의 바쿠스처럼 술의 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1700년 동안 지내고 있다. 한산소곡주는 1500년 전 백제시대 때부터 만들어진 전통주다. 찹쌀로 만든 약주로 맛과 향이 뛰어나 한번 맛보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있다해서 앉은뱅이술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제사상에 자주 올리는 경주법주는 우리 전통주의 말살과 부활 스토리가 생생하게 녹아있다. 곡식으로 만든 전통 소주는 본래 몽골족의 술로,고려시대 때 원나라가 일본침략을 위해 주둔했던 평양과 안동,제주에서 발달했다. 그래서 지금도 안동소주와 평양소주 문배주가 유명하다. 특히 문배주는 밀,조,수수로 만든 술이지만 야생 돌배꽃의 향이 강하게 난다.

와인 못지않게 많은 스토리를 가진 한국 술이 나는 좋다. 한국 술은 한국 음식과 마리아주(음식궁합)가 잘 맞아서 더욱 좋다. 한방 약선을 공부하다 보니 쇠고기 요리엔 산사 열매로 만든 술이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생선요리엔 경주법주,동래파전엔 효모균이 살아있어 요구르트와 같은 쌀 막걸리,김치찌개엔 강한 향과 매운맛을 깨끗이 정리해 주는 문배주가 참 좋다.

한국 술은 까다로운 와인의 지식 · 매너나 가격 스트레스가 없어 좋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 술을 즐기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야 되겠는가. 한국 술은 수입 술에 비해 저렴하고,애주가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편안함이 있어 좋다.

위스키,와인에 이어 요즘엔 일본 사케가 한국 주당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사케가 한국에도 많이 수입돼 마치 한국 약주보다 고급 술인양 평가받고 있다. 사케가 더 다양하고 비싼 것은 확실하지만 가격 대비 더 우수하다고는 말 할 수 없다. 우리 약주는 밀 누룩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맛과 향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어 깔끔한 맛의 일본 사케와는 다른 특장점을 지닌 우수한 술이다.

수입 술은 비싸도 용서되지만 고급 한국 술이 비싸면 외면받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 술 제조업자들도 분발해서 우리 술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려야 한다. 국내 애주가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전통주가 외국에 나가서 한식세계화의 첨병이 될 수 없다. 수입 소보다 훨씬 비싼 한우를 좋아하는 국민성을 감안할 때 업계 관계자들이 노력한다면 한국 술도 고급화할 수 있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고급술로 평가받는 우리의 전통주. 상상만해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