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세계적 기상전문가로 꼽히는 켄 크로퍼드 미국 오클라호마대 교수의 영입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이번 해외 두뇌 유치사업이 성사될 경우 크로퍼드 교수를 청장 직속의 기상선진화추진단장으로 임용해 기상예보 관련 기술자문과 국제화프로젝트 등을 맡길 예정이라고 한다. 기상분야에서도 벽안의 전문가가 활약하는 모습을 과연 볼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물론 외국인 과학두뇌의 국내 유치는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자리잡은 아시아 · 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와 국제백신연구센터(IVI)의 경우 일찌감치 노벨상 수상자 등 석학들을 소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KAIST에서도 양자물리학 분야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로버트 러플린 박사가 총장을 맡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올해 첫 시행에 들어간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orld Class University)육성사업'을 통해 80여명의 해외 석학들이 국내 30여개 대학에서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강의와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카를로 루비아 박사와 조지 스무트 박사는 각각 성균관대와 이화여대에서 붙박이로 강의에 나서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외국인 유치문제를 놓고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두뇌 영입이 우리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의 당면 현안인 글로벌화를 앞당기는 데 한 몫을 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외국인 학생과 연구원 수가 글로벌화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는 까닭이다. 근래 들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정부출연연구소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세계수준 연구소(World Class Institute)'사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일 게다.

이번 사업의 첫번째 적용 대상은 출연연구소의 맏형격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다. KIST를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키우기 위해 세계적인 석학을 신임 원장으로 영입하고,연구원의 10%를 외국인으로 채우겠다는 게 핵심이다. 최근 마감된 원장 공모에는 국내외 과학자 10여명이 응모했다고 한다. KIST 원장자리를 해외 석학에 개방하는 방안이 성공할 경우 다른 13개 출연연구소에도 적용한다는 게 교육 당국의 구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출연연구소 개혁작업이 실행에 옮겨질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국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초대형 국책과제를 주로 수행하는 출연연구소의 기관장에 외국인을 앉혀도 별 문제가 없는지부터 우선 철저히 따져볼 일이다. 설령 해외 두뇌유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기관장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 등 정주 여건을 제대로 갖춰주는 일이 중요하다. 연구비 지원을 크게 늘리고 3년인 기관장 임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외부 과제에 의존하고 있는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등 선진국형 연구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조직과 제도를 그대로 둔 채 해외 석학을 기관장으로 영입한다고 해서 출연연구소들이 하루 아침에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 리 만무하다. 출연연구소의 세계화 작업은 이제 출발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을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