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삼보컴퓨터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매출을 늘려가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보컴퓨터는 지난 1분기에 매출 1253억원,영업이익 27억원,순이익 30억원을 올려 한 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고 7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1097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지만 환율상승 영향으로 부품가격이 올라 5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영업손실을 빠르게 메울 수 있었던 데에는 PC 렌털사업의 힘이 컸다.

셋톱박스 회사 셀런 창업자인 김영민 부회장은 2007년 말 삼보컴퓨터를 인수해 대대적인 사업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 셀런은 삼보컴퓨터 지분 약 42%를 보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삼보컴퓨터 경영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11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PC방에 PC를 빌려주는 렌털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틈새 시장을 공략한 셈이었다. 시도는 적중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국 40여개 PC방에 2000여대의 PC를 공급했지만 지난 1분기엔 90여개 PC방에 6000여대를 납품했다.

델과 HP 등 대형 경쟁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해외 PC 시장에도 발을 들여놨다. 그간 제조자 개발생산(ODM) 방식으로만 PC를 수출하는 데 그쳤던 삼보컴퓨터는 아예 자사 브랜드 '루온'으로 미국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신 PC 모니터와 본체를 하나로 잇는 일체형 디자인을 강조해 제품 구성을 바꿨다. 지난 1분기 동안 팔린 PC는 15만대.지난해 같은 기간 팔린 것보다 11% 늘어난 수치다. 수출 주력 제품인 일체형 PC 루온A1은 미국 최대 가전유통 채널인 베스트바이 온라인 몰에서 18주 연속 판매 1위를 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신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내비게이션 사업을 시작해 최근에는 일본에 80억원어치를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PC와 내비게이션에서 올린 성공의 경험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LED 조명이 기존 사업과 관련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삼보컴퓨터는 나름대로 LED 조명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 LED를 LCD(액정표시장치) 후면광원으로 장착한 노트북 '에버라텍 스타'를 지난 3월 내놓으면서 충분한 사업 타당성을 확인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올해부터는 2005년 경영 악화로 법정관리를 받아야 했던 기억을 털고 변신에 성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PC사업 인프라를 활용한 신규 사업과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 출시로 올해 매출 5100억원,당기순이익 24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