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비단고을' 별미 한 상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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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양귀비축제, 나주 맛 여행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비단고을 나주(羅州)에서도 '맛'이 우선이다.
나주는 '천년 목사(牧使)의 고을'임을 자랑하는 곳.고려시대부터 요즘의 도지사가 상주하던 호남지역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뜻이다. 영산강이 휘감아도는 나주평야 일대는 일제가 나주를 호남 착취의 본거지로 삼을 만큼 물산이 풍부했다.
전주와 나주에서 비롯된 전라도란 명칭에서도 나주가 차지했던 위상을 헤아릴 수 있다. 식(食)문화에서도 마찬가지.나주는 삭힌 홍어를 비롯한 독특한 먹을거리의 본향으로 알려져 있다.
Taste 1 코끝 알싸한 홍어
'한입 씹자마자 그야말로 오래된 뒷간에서 풍겨올라오는 듯한 개스가 입 안에 폭발할 것처럼 가득 찼다가 코를 역습하여 푹 터져나온다. 눈물이 찔끔 솟고 숨이 막힐 것 같다. '(황석영 '삼합에 관하여')
눈물,콧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질 정도로 톡 쏘는 맛이 특징인 삭힌 홍어는 남도의 음식이고,그 본가는 나주 영산포다. 흔히 알고 있는 대로 홍어가 많이 나는 흑산도가 원조는 아니다. 홍어 산지도 아니고 바다에 접해 있지도 않은 나주 영산포가 삭힌 홍어요리의 본가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사실 나주 영산포는 흑산도를 빼고 생각할 수 없는 곳이다. 고려 공민왕 때 왜구의 약탈이 심해지자 섬을 비우는 공도(空島)정책을 폈다. 이때 섬 주민들이 강제 이주됐고,흑산도 앞 영산도 주민들이 지금의 영산포 일대에 집단 거주하면서 영산포라는 지명도 붙었다. 흑산 홍어는 자연히 영산포로 들어왔으며,흑산도에서 영산포까지 오는 동안 썩지 않고 자연 발효된 홍어를 먹게 됐다는 설명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나주고을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다'고 기록돼 있다.
국내 유일의 강변등대가 남아 있는 곳에 '홍어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삼합,회,전,튀김,무침,찜,보리애국 등 다양한 홍어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일행이 여럿이라면 코스로 나오는 홍어정식이 좋겠다. 홍어는 거의가 칠레산이라고 보면 된다. 영산강 하구언 때문에 물길이 막혀서인지 강변등대가 물길을 밝혔던 시절의 선창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
Taste 2 힘이 솟는 곰탕과 장어
나주의 맛으로,삭힌 홍어보다 더 널리 알려진 게 곰탕이다. 나주는 우리나라 최초로 장이 선 곳이다. 요즘은 5일장이라고 부르는 장시가 조선 세종 때 나주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기록이 있다. 나주곰탕은 이 장터에서 도축한 쇠고기와 내장으로 만든 육수에 밥을 말아 팔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나주곰탕은 국물이 맑은 게 특징이다. 우선 사골을 푹 곤다. 뽀얗게 우러난 사골국물에 양지,사태,목심 등 쇠고기를 넣어 또 끓인다. 그러면 국물이 말갛게 변한다. 국물 내는 게 말처럼 간단치는 않은 모양이다. 여러 부위의 고기들이 알맞게 익는 시간이 다르며,익힌 뒤 건져내는지 그냥 가마솥에서 끓이며 떠내는지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금간을 하는 데도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만든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쇠고기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국밥은 뚝배기에 고기를 넣고 밥을 말아 계란지단을 얹은 다음 굵은 파와 고춧가루를 뿌려 낸다. 단맛이 도는 맑은 국물과 여러 부위의 쇠고기 그리고 밥알의 감촉이 잘 어울린다. 양은 조금 적은 듯한데 한끼 식사로 부족하지 않다.
나주목 객사 건물인 금성관 정문 망화루 부근의 매일시장에 국밥집이 몰려 있다. '하얀집'이 제일 오래된 집이다. '남평식당'과 '나주노안곰탕'도 연륜을 자랑한다. 구진포 삼거리에는 장어집이 모여 있다. 구진포 장어는 미꾸라지를 먹고 자라 맛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영산강이 하구언으로 막히면서 구진포장어도 사라졌고,지금은 양식장어를 쓴다. 집집이 양념장과 굽는 방법을 맛의 비결로 내세운다.
나주는 야생차로도 유명하다. 다도면 덕룡산 기슭에 있는 운흥사로 가보자.운흥사는 '한국 차의 성인' 초의선사가 출가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운흥사에서 행자 생활을 하던 초의선사는 해남 대흥사에서 구족계를 받고 초의란 당호를 얻는다. 사찰 터만 남았었는데 지금 불사가 한창이다. 인근 불회사와 마찬가지로 해학적인 돌장승을 보러오는 이들도 많다.
운흥사 주변 야트막한 비탈에 야생 차밭이 펼쳐져 있다. 주지 혜원 스님은 '황차'를 만든다. 찻물이 노랗게 우러나는 발효차다. 찻잎을 약한 불에 덖고 유념(손으로 비비는 과정)한 뒤 아랫목에서 이불을 덮어 발효시켜 만든다. 찻잎을 찐 뒤 다져서 뭉쳐 말리는 떡차도 있다. 스님에게 청하면 이들 다양한 차를 음미할 수 있다.
나주=글/사진 김재일기자 kjil@hankyung.com
[여행 TIP]
호남고속도로 광산나들목에서 빠져 나와 13번 국도를 타면 나주에 닿는다. 서해안고속도로는 함평나들목으로 내려선다.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나주행 버스가 하루 6회 운행된다. 나주행 KTX는 용산역에서 하루 4회 다닌다. 나주영상테마파크와 맞닿아 있는 영산강변 다야뜰에서 13일부터 6월14일까지 열리는 '꽃양귀비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나주호를 품고 있는 중흥 골드스파&리조트(1688-5200)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지금의 도지사 격인 목사의 살림집인 목사내아 금학헌(琴鶴軒)에서의 하룻밤도 근사하겠다.
영산교 부근 옛 영산포 일대에 홍어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홍어1번지(061-332-7444)가 많이 알려져 있다. 여러가지 홍어요리를 맛볼 수 있는 홍어정식은 3~4인분에 6만원(칠레산).영산강홍어(061-333-0598)는 옹기숙성 홍어를 택배서비스한다. 나주곰탕집으로는 제일 오래된 '나주곰탕 하얀집'(061-333-4292)이 유명하다. 곰탕 6000원,수육 2만원.대승장어(061-336-1265) 등의 구진포 장어구이는 1㎏에 4만5000원.나주시청 문화관광과(061)330-7892, www.na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