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 · 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가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의 눈길이 해외부동산 쪽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06년에 해외 부동산 취득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당시에도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투자붐이 일었었다. 이 때문에 여유자금이 있는 수요자들의 경우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아직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섣불리 투자에 나설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을 통해 국가별 · 지역별 발전전망과 투자리스크 분석을 철저히 거쳐 접근하는 게 안전하다.

◆바닥론 나오는 해외 주택시장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미국의 주택시장이 회복되는 분위기다. 집값이 폭락하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던 미국 서부 집값은 지난 3월 전월 대비 8.7% 상승해 두 달 연속 올랐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가 발표하는 '잠정주택판매지수'도 두 달 연속 높아져 지난해 같은 기간동안 1.1% 올랐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의 71%가 "지금이 집을 사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대답했으며 3월 건설비용 지출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대표적 비관론자로 주택지표인 S&P/케이스-쉴러 지수를 만들기도 한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도 최근 미국 부동산을 매입할 시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일 한 인터뷰에서 "3월 기존 주택판매 증가 등은 미국 주택가격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가격 반등 가능성이 있으므로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주택시장도 남쪽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하다. 광둥성과 푸젠성 등은 1분기 주택거래량이 작년 1분기보다 지역별로 20~138% 늘었고 가격도 작년 말보다 10~15% 올랐다.

홍콩 대만 등의 거주민에게 주택 구매를 '1인 1가구'로 제한했던 규제를 최근 광둥성 정부가 풀면서 외부 투자수요도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 다만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기타 지역의 부동산은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어 "2년 후에는 지금보다 50%가량 더 떨어질 것"(차오젠하이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 · 달러 환율 1100원대가 투자에 유리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지근하다. 유학과 이민 등의 실수요가 아니면 해외부동산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나마 걸려오는 문의도 매수보다는 차익실현 차원의 매도 의뢰가 대부분이다.

최희환 부동산마트 사장은 "1300원 선을 넘나들고 있는 환율이 1200원 밑으로는 떨어져야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것 같다"면서 "해외부동산 투자가 늘어났던 2006년의 경우 원 · 달러 환율이 1000~1100원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투자지역으로도 미국이나 중국보다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쪽이 각광받고 있다. 투자금이 3억~5억원까지 들어가는 미국 부동산은 가격 부담이 있고 중국은 잦은 정책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반면 필리핀 등은 5000만~1억원에도 투자가 가능한 데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도정비도 중국보다 잘 이뤄져 있어 매력적이다. 임채광 루티즈코리아 팀장은 "동남아시아도 지역과 주택형태에 따라 토지는 임대받고 건물만 매매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현지 사정에 어두운 국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는 만큼 현지 방문 등을 통해 부동산 관련 법제와 시세를 받드시 확인하고 계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