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CD금리 연동 대출의 함정‥지금은 달콤한 저금리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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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폭탄' 돌별할 수도
시중은행들이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되는 대출금리 체계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무기한 연기했다. 은행이 돈을 끌어오는 비용,즉 조달금리를 CD금리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현실화해보자는 방안이었으나 "CD금리가 높을 때는 고금리를 즐기다가 낮아지니까 꼼수를 쓴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해 포기했다.
일견 소비자들의 승리로 보인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부담은 예전보다 훨씬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대출을 받는 사람들의 사정은 다르다. CD금리에 추가되는 가산금리가 예전에는 1~2%포인트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포인트를 넘어서고 있다.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 CD금리가 큰 폭으로 뛰면 어떻게 될까. 새로 대출받는 사람들은 '이자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지금 당장은 이익을 보지만 나중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변할 수 있는 현행 대출금리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금융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것일까.
◆CD금리에 과도한 의존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고객들로부터 예금을 유치하거나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CD를 판매하는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 CD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 것은 과거 은행들이 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CD로 조달했을 만큼 그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CD가 무기명 채권이라는 매력이 있었던 데다 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외형 키우기 중심으로 이뤄졌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은행들은 자금의 절반 이상을 고객들의 예 · 적금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은행채가 전체 조달자금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CD 비중은 10% 이하다.
반면 대출의 60~70%는 CD금리 연동형으로 이자율이 결정되고 있다. 자금을 CD로 조달하지 않는데도 대출금리는 CD를 기준으로 정하다 보니 조달금리와 대출금리 간 왜곡이 생겼다.
◆은행들의 자업자득
문제의 1차적 책임은 은행에 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금리의 후순위채와 특판예금을 대거 판매하고 CD금리 연동형 대출 확대 경쟁을 벌였다가 CD금리가 낮아져 부메랑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은행들은 2007년까지만 해도 아파트를 분양받은 고객에게 CD금리에 달랑 0.4%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여 집단대출을 해줬다. 이 고객들이 내는 이자율은 연 3%에도 못 미친다. 반면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자금확보를 위해 연 7%를 넘나드는 고금리 특판예금을 판매,고비용 조달구조를 스스로 만들었다. 정찬호 금융연구원 박사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은행들의 과당 경쟁이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은행들의 수익성은 나쁠 수밖에 없다. 작년 4분기까지만 해도 2.47%에 달했던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올해 1분기에는 1.91%로 떨어진 상태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커진 것도 한몫을 했다. 지난 3월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한국은행이 싼값에 자금을 공급하는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게 가져가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고,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를 위해 노력할 부분이 있다"고 압박했다. 은행들이 비정상적인 대출금리 체계 변경 이야기를 꺼내기는 매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시장금리 오르면 치명타 입을 수도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이 CD금리 연동형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물가불안이나 자산시장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CD금리 역시 빠른 속도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신규로 대출받은 고객들의 이자율이 갑자기 큰 폭으로 뛸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워낙 낮은 CD금리를 커버하기 위해 3.0%포인트대의 가산금리를 붙이고 있다. 만약 CD금리가 지난해 수준인 연 5%대로 올라서면 고객들은 8%가 넘는 이자를 내야 한다. 장기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이자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CD금리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지표들은 꽤 많다. 하지만 조금씩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예컨대 한국HSBC는 정부가 발행하는 통안증권 수익률을 기준으로 대출금리를 정하고 있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CD와는 달리 통안증권은 매일 금리가 바뀌기 때문에 더 투명하게 시장금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이 통화량 조절을 위해 발행하는 통안채 금리를 대출금리 기준으로 삼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은행 간 거래시 적용되는 평균 금리인 '코리보'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거래가 거의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은행들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는 방안은 예금 은행채 CD 등 각 조달원별 금리의 경우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매겨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객관성을 확보하고 고객들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난제가 남아있다. 수십년 동안 CD금리에 따라 돈을 빌려 써 왔는데 갑자기 은행들이 복잡한 계산을 통해 금리를 산정하겠다고 하면 고객들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올 게 불보듯 뻔하다. 결국 금리 상승기에 가서야 대출체계 변경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은행 주변의 관측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일견 소비자들의 승리로 보인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부담은 예전보다 훨씬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대출을 받는 사람들의 사정은 다르다. CD금리에 추가되는 가산금리가 예전에는 1~2%포인트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포인트를 넘어서고 있다.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 CD금리가 큰 폭으로 뛰면 어떻게 될까. 새로 대출받는 사람들은 '이자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지금 당장은 이익을 보지만 나중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변할 수 있는 현행 대출금리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금융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것일까.
◆CD금리에 과도한 의존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고객들로부터 예금을 유치하거나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CD를 판매하는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 CD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 것은 과거 은행들이 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CD로 조달했을 만큼 그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CD가 무기명 채권이라는 매력이 있었던 데다 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외형 키우기 중심으로 이뤄졌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은행들은 자금의 절반 이상을 고객들의 예 · 적금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은행채가 전체 조달자금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CD 비중은 10% 이하다.
반면 대출의 60~70%는 CD금리 연동형으로 이자율이 결정되고 있다. 자금을 CD로 조달하지 않는데도 대출금리는 CD를 기준으로 정하다 보니 조달금리와 대출금리 간 왜곡이 생겼다.
◆은행들의 자업자득
문제의 1차적 책임은 은행에 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금리의 후순위채와 특판예금을 대거 판매하고 CD금리 연동형 대출 확대 경쟁을 벌였다가 CD금리가 낮아져 부메랑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은행들은 2007년까지만 해도 아파트를 분양받은 고객에게 CD금리에 달랑 0.4%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여 집단대출을 해줬다. 이 고객들이 내는 이자율은 연 3%에도 못 미친다. 반면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자금확보를 위해 연 7%를 넘나드는 고금리 특판예금을 판매,고비용 조달구조를 스스로 만들었다. 정찬호 금융연구원 박사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은행들의 과당 경쟁이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은행들의 수익성은 나쁠 수밖에 없다. 작년 4분기까지만 해도 2.47%에 달했던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올해 1분기에는 1.91%로 떨어진 상태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커진 것도 한몫을 했다. 지난 3월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한국은행이 싼값에 자금을 공급하는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게 가져가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고,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를 위해 노력할 부분이 있다"고 압박했다. 은행들이 비정상적인 대출금리 체계 변경 이야기를 꺼내기는 매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시장금리 오르면 치명타 입을 수도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이 CD금리 연동형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물가불안이나 자산시장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CD금리 역시 빠른 속도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신규로 대출받은 고객들의 이자율이 갑자기 큰 폭으로 뛸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워낙 낮은 CD금리를 커버하기 위해 3.0%포인트대의 가산금리를 붙이고 있다. 만약 CD금리가 지난해 수준인 연 5%대로 올라서면 고객들은 8%가 넘는 이자를 내야 한다. 장기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이자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CD금리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지표들은 꽤 많다. 하지만 조금씩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예컨대 한국HSBC는 정부가 발행하는 통안증권 수익률을 기준으로 대출금리를 정하고 있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CD와는 달리 통안증권은 매일 금리가 바뀌기 때문에 더 투명하게 시장금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이 통화량 조절을 위해 발행하는 통안채 금리를 대출금리 기준으로 삼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은행 간 거래시 적용되는 평균 금리인 '코리보'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거래가 거의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은행들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는 방안은 예금 은행채 CD 등 각 조달원별 금리의 경우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매겨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객관성을 확보하고 고객들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난제가 남아있다. 수십년 동안 CD금리에 따라 돈을 빌려 써 왔는데 갑자기 은행들이 복잡한 계산을 통해 금리를 산정하겠다고 하면 고객들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올 게 불보듯 뻔하다. 결국 금리 상승기에 가서야 대출체계 변경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은행 주변의 관측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