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그림자보다 긴 퍼트는 모두 실패!
그렇게 퍼트가 안 될 수 있을까? 스피드가 맞으면 방향이 틀리고,방향이 맞으면 스피드가 안 맞고….퍼트가 안 되는 날엔 '골프 황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미국 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950만달러) 1라운드에서 증명됐다.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 · 길이 7215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세계랭킹 1위 타이거 우즈(34 · 미국)는 1언더파 71타를 쳤다. 선두 벤 크레인(미국)에게 6타 뒤진 공동 38위다. 2001년 챔피언인 그는 예상치 못한 퍼트 부진으로 이 대회 첫날 70타 아래에 가보지 못한 징크스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우즈는 이날 첫 네 홀을 포함,3.6m 안짝의 버디 퍼트 7개를 넣지 못했다. 그가 성공한 퍼트 중 가장 긴 것은 16번홀(파5 · 길이 523야드) 1.2m짜리 이글 퍼트였다. 총 퍼트 수는 31개에 달해 선두 크레인(22개)은 물론 출전 선수 평균치(28.56개)보다 턱없이 많았다. 외신에서 '우즈가 이날 그의 그림자보다 긴 퍼트는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17번홀에서는 2.7m 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을 360도 빙 돌아나온 것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볼은 흠잡을 데 없이 쳤으나 퍼트가 영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우즈는 2002년 이후 이 대회에서 '톱10'에 든 적이 없다. 그나마 16번홀을 포함,4개의 파5홀에서 4타(이글 1개,버디 2개)를 줄이고 마지막 홀을 버디로 마무리한 것이 위안이었다.
우즈, 그림자보다 긴 퍼트는 모두 실패!

우즈보다 우승 가능성을 높게 봤던 필 미켈슨(38 · 미국)도 첫날 1오버파 73타로 신통치 않았다. 2~4번홀 연속 버디 후 샷이 들쭉날쭉했고 우즈가 이글을 잡은 16번홀에서는 볼을 물에 빠뜨리며 보기를 했다. 그가 이 대회 첫날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한 것은 8년 만에 처음이다. 선두와 8타차의 공동 79위다.

한국(계) 선수들은 케빈 나(26 · 타이틀리스트)가 우즈,지난해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함께 38위에 오른 것이 최고다. 최경주(39) 앤서니 김(24 · 이상 나이키골프) 양용은(37 · 테일러메이드)은 약속이나 한 듯 1오버파 73타에 머물렀다. 더블보기가 양용은은 1개,앤서니 김은 2개나 있었다.

한편 길이 137야드(약 125m)로 '아일랜드 그린'을 갖고 있는 17번홀은 첫날 '악명'을 떨치지 못했다. 스티브 로어리가 '퀸 투플 보기'(5오버파)인 8타,다니엘 초프라가 7타,로리 매클로이가 6타를 기록하긴 했으나 평균 3.07타(버디 28개,파 94개,보기 13개,더블보기 3개,기타 5개)로 18개홀 가운데 난이도 8위에 머물렀다. 이날만 14개의 볼이 물에 빠졌는데 또 다른 파3홀인 13번홀(길이 181야드)의 18개에 못 미쳤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