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아파트 분양권 매매시장에도 볕이 들고 있다.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나오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매물이 줄고 있고,일부는 웃돈까지 붙어 거래되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은 늦어도 3년 안에는 입주할 수 있어 사실상 주택과 다름없다.

이에 따라 실입주 목적으로 구입하거나 집값 상승이 예상될 때 투자 목적의 거래도 빈번하다. 입주 후 5년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감면(서울 제외)되는 신규 분양시장보다는 열기가 약하지만 분양권시장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분양권을 구입할 때 애초 분양가가 너무 비싸게 책정된 것이 아닌지 따져봐야 하며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단지에서 가장 좋은 매물을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마이너스 프리미엄 사라져

용인은 지난해부터 공급과잉과 고분양가 여파로 분양권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호전됐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극복하고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분양권도 나왔다. 분양계약 해제를 요구할 정도로 분양권 하락세가 심했던 래미안동천은 111㎡형 매물(로열층 기준)이 5억4000만원을 호가하며 분양가보다 3000만원가량 높다. 연초만 해도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 싼 가격으로 분양권을 살 수 있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도 상당히 줄었다. 162㎡형의 경우 한때 분양가 대비 1억원 이상 싼 가격에도 매물이 나왔지만 요즘에는 7000만~8000만원 빠진 금액에 나온다. 이에 따라 계약 해제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거의 사라졌다. 1억원에 가까운 돈을 위약금으로 무는 것보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래미안동천뿐만 아니라 상현 힐스테이트 등의 전용 85㎡형(30평형대)은 실제로 웃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화성 동탄신도시 사정도 마찬가지다. 랜드마크인 메타폴리스 주상복합아파트에도 더 이상 찬바람이 불지 않는다. 최고 42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던 메타폴리스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넘쳐나면서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양가 수준을 회복했고 매도자들이 2000만~3000만원의 웃돈을 요구하고 있다.

'로또'로 불렸던 판교신도시는 지난해 말까지도 수천만원 상당의 웃돈만 붙어 금융비용에 조금만 돈을 더 보태주면 전용면적 85㎡형 분양권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프리미엄이 2억~3억원을 호가한다.

최근 분양열기가 뜨거운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국제도시 자이하버뷰1단지는 올 들어 3000만원 정도 분양권값이 올랐다.

강소장 유성공인중개소 사장은 "한때 1억50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었던 156㎡형이 주택시장 침체로 수천만원 대까지 떨어졌으나 지금은 작년 말 대비 3000만~4000만원 올라 프리미엄이 1억원대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분양권시장이 오랜 '겨울잠'에서 깨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수도권 분양권 가격은 둘째주와 넷째주에 각각 0.04%와 0.05% 떨어졌지만 4월 들어 반등했다. 4월 둘째주는 0.01%로,넷째주는 0.04%로 오름폭이 커켰다. 침체의 수렁이 깊었던 용인의 경우 4월 넷째주에 0.17% 오르기도 했다.

◆'가격 착시' 유의해야

분양권은 아파트값을 한꺼번에 낼 필요가 없어 소액투자가 가능한 데다 자신이 원하는 동 · 호수를 비교적 쉽게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우 인기가 떨어지는 저층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분양권 매입보다 높다. 미분양 아파트는 자신이 원하는 동 · 호수를 고를 수 있지만 미분양이 났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로열층'은 임자가 있기 마련이다.

실제 최근 인기가 높아진 전용면적 85㎡형(30평형) 아파트는 미분양을 찾기 어렵다. 미분양 아파트가 양도세 혜택이 있다고는 하나 시세차익이 없으면 세제상 이익을 취할 수 없다는 점도 분양권 시장에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게다가 전매제한 기간이 풀리면서 분양권 매물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 3월 18일 이후 3~7년이던 전매제한 기간이 1~5년으로 줄면서다.

하지만 분양권을 사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 분양권 프리미엄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1억원 가까이 있다고 해도 최초 분양가격이 높은 상황이었다면 제값 주고 집을 사는 꼴이 되기 때문에 분양권의 매력이 줄어든다"며 "착시현상 때문에 그릇된 매수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