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오른 중견株가 '주도주 공백' 메운다
코스피지수가 이틀 연속 상승하며 1400선을 다지고 있다. 그동안 강세장에서 소외돼 있던 보험 음식료 해운 등의 '중견주'들이 동반 약진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강세장을 이끌어 온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주와 건설주 금융주 등이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들이 원화 강세 수혜 등으로 수익률 격차를 줄이며 기존 주도주들의 공백을 메우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빙그레 1년 신고가 경신

코스피지수는 8일 개인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나오며 등락을 거듭한 끝에 11.05포인트(0.79%) 오른 1412.13으로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시가 하락했다는 소식이 장 초반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외국인이 6일째 '사자'를 지속한 데다 프로그램에서 1648억원의 매수세가 가세하면서 지수 방향을 오름세로 돌려놨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간판 기업들이 힘을 쓰지 못했지만 보험 음식료 등 내수주를 위주로 한 중견주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삼성화재가 18만5000원으로 5.71% 상승한 것을 비롯해 현대해상 동부화재 코리안리 등 금융주 가운데 오름폭이 크지 않았던 보험주들이 3% 넘게 오르며 뒤늦게 랠리에 동참했다. 이날 보험업종 지수는 16,293.23으로 4.39% 오르며 주요 업종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또 빙그레가 3.0% 오른 4만4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것을 비롯해 롯데칠성 농심 오리온 등 주요 음식료주들이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한국가스공사가 8% 넘게 급등했고 KT&G도 올 들어 가장 큰 폭인 4.37%의 상승률을 보였다. 여기에 LG텔레콤(8.19%)을 중심으로 KT KTF LG데이콤 등 주요 통신주들이 오랜만에 동반 상승하는 등 그동안 소외됐던 내수주가 전반적으로 활기가 넘쳤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T&G 농심 등 내수주들의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이 시장 전체 평균보다 크게 낮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STX팬오션(1.17%)과 대한해운(1.72%)이 6일 연속 동반 상승하는 등 주요 해운주들의 소리 없는 강세도 주목됐다. 각국의 경기부양책에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벌크선운임지수(BDI)가 최근 사흘간 21% 급반등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단기 상승에 따른 부담에다 원 · 달러 환율 급락으로 기존 주도주들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지만 업종별 키맞추기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덜 오른 중견주들이 주도주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덜오른 중견株가 '주도주 공백' 메운다
◆추가 상승을 위한 에너지 축적 과정

전문가들은 당분간 내수 관련 중견기업들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T와 금융주를 선호하던 외국인도 내수 관련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조혜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통과 음식료 등 상승장에서 소외돼 있던 내수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기존 주도주들의 조정이 지수 상승폭을 제한할 수 있지만 내수 관련주들의 시가총액 비중 확대는 증시 체력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지금은 특정 주도주가 부각되지 않고 연속성도 보이지 않지만 업종 전반에 걸쳐 고르게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시장 전체의 레벨업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업종 간 순환매가 추가 상승을 위한 에너지 축적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 주체들의 매매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1400선 안착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업종별 키맞추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추가 상승을 위한 에너지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지연/조진형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