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초 1500원을 넘어섰던 환율은 현재 1200원대로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든 만큼 직접 외화를 구매하기 보다는 외화 예 · 적금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율 하락기에는 해외에서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환위험 줄이려면

유학이나 장기간 출장 여행 등으로 환율과 관계없이 외화가 꼭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외화를 분할 매수하거나 분할 매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차례로 나눠 환전함으로써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HSBC 자금부 본부장은 "앞으로 환율 급등에 대한 부담감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아직도 글로벌 경제가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만큼 환율 하락시 외화를 분할 매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 돈을 분할 매입하려는 수요자에게는 외화예금이 적합하다. 미국 달러,일본 엔화,유로,호주 달러 등 다양한 외화로 예금할 수 있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다. 외화로 예치하기 때문에 환변동 위험이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외화예금 상품에 원화를 입금하면 해외에 송금할 때 적용되는 환율(전신환 매도율)에 따라 외화로 전환된다. 외화상품도 원화 예 · 적금처럼 정기예금과 자유적금,보통예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통화별로 30개가량의 상품이 있다.


◆금리만 보고 판단해선 안돼

금리만 생각하면 호주 달러와 영국 파운드가 가장 나은 편이다. 1년 만기 외화 정기예금에 호주 달러로 예치할 경우 연 7.68%(7일 외환은행 기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파운드의 경우 연 6.54% 이자를 준다.

하지만 금리가 높다고 해서 실수요자가 아닌데도 무턱대고 외화예금에 돈을 넣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외화예금을 찾을 때 1% 안팎의 수수료가 붙는 데다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금처럼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 환차손을 볼 수도 있다"며 "단순한 투자 목적으로 외화예금을 이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어디로 튈지 몰라 외화예금 가입이 망설여진다면 외화적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매달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불입하거나 돈이 생길 때마다 넣으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평균 원리에 의해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외화 예 · 적금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한 금융회사에 외화예금 3000만원과 원화예금 3000만원이 있다면 두 예금을 합쳐 5000만원까지만 보호를 받는다.


◆환율 하락기에는 현금보다 카드

앞으로도 환율이 계속해서 떨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해외에서 현금을 쓰는 것보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국내 카드사들은 고객이 카드를 사용한 시점의 환율이 아니라 해외 제휴사(비자,마스타카드 등)로부터 사용 내역을 접수받는 시점의 환율로 계산해 고지서를 발송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마다 다르지만 사용 시점과 접수 시점의 차이는 적게는 15일,길게는 30일까지다.

예를 들어 A씨가 올해 4월6일 미국에서 100달러짜리 물건을 샀다고 치자.당시 원 · 달러 환율이 1309원이었으므로 A씨가 현금으로 계산했다면 13만9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사용 시점과 접수 시점 차이가 30일이 나는 신용카드로 계산했다면 5월7일 환율료 계산돼 12만6200원을 내면 된다.


◆환전 수수료까지 아껴야

은행은 매매기준율에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붙여 환전과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주거래 고객이나 자사 신용카드 회원에게는 환율을 30~50% 할인해 준다. 여기에 인터넷 환전을 이용하면 수수료를 50~70% 깎을 수 있는 것은 물론 24시간 환전 신청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공동구매도 이용해 볼 만하다. 단체 관광객 중 한 명이 인터넷으로 환전을 신청하면 나머지 동반자들이 최대 70% 환율우대를 받고 여행 후 남은 환율은 우대환율로 재환전이 가능하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해도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되도록이면 오후 3시 이전에 환전 거래를 하는 게 유리하다. 외환시장이 마감된 이후에는 은행이 달러를 사고팔 수 없어 환리스크에 노출되는데 은행은 이를 반영해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