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프로야구가 지난달 4일 개막해 한 달 넘게 숨 가쁘게 달려왔다.

시즌 초반 8개 구단 고액 연봉 선수들은 과연 돈을 받은 만큼 활약을 했을까?
올해 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는 양준혁(40.삼성 라이온즈), 손민한(34.롯데 자이언츠), 김동주(33.두산 베어스) 3명으로 7억원씩 받는다.

그러나 한 달이 조금 지난 9일 현재 이들의 활약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롯데 에이스 투수 손민한은 계약금 8억원, 연봉 7억원에 계약을 했다.

하지만 올시즌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주장을 맡았지만 컨디션 난조로 한 경기에도 등판하지 못했고 이후 팀에 복귀해서도 한 번도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롯데는 그동안 부진을 거듭하면서 8개 구단 중 꼴찌로 추락해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손민한은 프로야구 선수 노조 설립에 앞장서면서 "팀이 위기인 상황에서 롯데 에이스가 경기에 나설 생각을 먼저 하지 않고 노조 만드는데만 나서느냐"는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삼성 최고참인 양준혁도 통산 홈런 신기록 작성을 앞두고 지난달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왼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한 뒤 27일 2군으로 내려갔다.

부상 전까지는 16경기에 나와 타율 0.325, 홈런 1개를 기록하며 팀의 중심 타선으로 활약했으나 허벅지 부상 이후 제대로 뛰지도 못하면서 부상이 오래 가지 않냐는 걱정을 낳고 있다.

최고 연봉을 받는 세 선수 중 김동주는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일까지 26경기 중 23경기에 나와 타율 0.372에 홈런도 4개를 때리면서 두산의 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다 보니 홈런이 다른 선수들보다 적게 나왔지만 중요한 때 홈런을 쳐주고 있을 뿐 아니라 타율도 좋아 팀 공격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SK 와이번스에서는 박경완, 김재현, 이호준이 나란히 연봉 5억원으로 팀 내 최고 연봉을 받고 있다.

WBC 대표팀 주전 포수로도 활약했던 박경완은 노련한 투수 리드로 SK가 정규리그 1위를 달리는데 크게 이바지를 하고 있다.

또 지난 7일까지 26타점으로 타점 공동 4위에 오르고 타율도 0.281로 SK 하위타선을 책임지면서 구단으로서는 돈이 아깝지가 않다.

SK 4번 타자 이호준도 타율 12위(0.323), 홈런 공동 5위(7개), 타점 공동 11위(18점)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재현은 타율 0.237에 홈런 3개, 10타점에 불과해 연봉 값을 못해주고 있다.

이들 선수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을 받는 한화 이글스 김태균(4억2천만원)과 이범호(3억3천만원)의 활약은 눈부시다.

WBC에서 홈런 1위에 오른 김태균은 올 시즌 18경기에 나와 타율 0.349, 홈런 5개, 11타점을 올렸다.

김태균은 지난달 26일 경기 도중 포수와 부딪히면서 머리를 다치기 전까지 한화 공격의 핵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김태균과 함께 WBC 홈런 공동 1위였던 이범호도 타율 0.281에 홈런 부문 공동 2위(9개), 타점 2위(29점)를 달리며 WBC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히어로즈 최고 연봉선수인 송지만(4억원)은 타율이 2할(0.203)을 겨우 넘기는 정도로 부진하자 지난 4일 2군으로 강등됐으며 LG 트윈스 최고 연봉선수인 투수 박명환(5억원)도 2군에서 재활 훈련을 하느라 올 시즌 한 경기도 뛰어보지 못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야구장을 찾는 팬이나 팀을 위해서라도 프로야구 선수는 돈을 받은 만큼 활약을 해야 한다"며 "일부 선수들이 높은 연봉을 받고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