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ㆍ신당 청약 과열…'떴다방' 까지 등장
지난 6일 1순위에서 청약마감(평균 경쟁률 9.56대 1)된 '래미안신당2차'의 서울 안국동 견본주택 앞.당첨자 발표가 나지 않은 10일에도 견본주택 입구에는 챙모자를 쓴 아주머니들이 "청약하셨어요? 괜찮은 물건 많아요"라며 명함을 뿌렸다. 인기 분양현장에 출현하는 일명 '떴다방'이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은 지난 4일 당첨자를 발표한 특별분양 공급분 60가구.가장 인기있는 전용 59㎡(24평)형 로열층은 이미 프리미엄이 4000만~4500만원 붙었다. 전매제한이 없어 계약만 하면 바로 내다팔 수 있다. 청약을 미처 못했다는 김모씨는 "분양가가 저렴해 투자가치가 있는 것 같다"며 "오는 15일 당첨자 발표가 나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59㎡형 물건을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천 청라지구에서 시작된 청약 열기가 의왕과 서울 신당동을 거쳐 인천 송도까지 옮겨붙고 있다. 송도 '더?t 하버뷰Ⅱ' 주상복합아파트 견본주택에는 개관 첫날인 지난 8일 1만여명이 찾은데 이어 주말인 9일에도 1만명이 넘는 구름 인파가 몰렸다. 건설사들이 분양 성공을 위해 사업 이익을 최소화하며 분양가를 낮추자 시장이 화답하고 있는 양상이다. 게다가 전매제한이 1년 이상 걸려 있는 단지 견본주택에도 '떴다방'들이 출현,불법전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선 프리미엄을 노린 단기 투기 수요가 신규 분양시장에 대거 몰려든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천 청라지구 한라비발디(총 992가구)의 계약률이 90%를 넘긴 것도 '투기 장세'를 빼면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달 수도권 청약 열기의 불씨를 지핀 청라한라비발디는 지난 6~8일 계약을 받은 결과,계약률이 91%를 기록했다고 한라건설 측이 밝혔다. 한 전문가는 "통상 초기계약률이 80%를 웃돌면 대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91%란 계약률은 분양권 전매를 염두에 둔 투기 수요가 가세한 때문"으로 풀이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구 래미안신당2차의 경우 전용 59㎡형 분양가가 10층 이상 로열층도 3억7000만원 선"이라며 "도심권인데도 분양가가 성북구 길음동 수준이어서 너도 나도 청약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의왕시 내손동 래미안에버하임 분양가도 대형이 3.3㎡당 1400만원으로 조합과 시공사가 시공 이익을 최대한 줄였다"며 "이곳에 시장 조사를 나갔던 다른 건설사 마케팅 직원이 '로또'라며 청약하고 왔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처럼 후끈 달아오른 시장 분위기에 건설사들은 한껏 고무돼 있다. 이번 청약 붐에 '우리도 빨리 올라타야 한다'는 그낌이 감지된다. 13일에는 분양가 상한제 물량인 송도 '더?t 하버뷰Ⅱ'(공급면적 110~200㎡,548가구)가 청약 접수를 시작한다. 다음 날인 14일에는 청라지구 주상복합 단지인 롯데캐슬이 청약을 받는다. 총 828가구로 공급 면적은 144~178㎡로 구성됐다. 청라지구의 SK 반도 동양메이저 한양 동문건설 등 5개사(총 3173가구)도 이달 중 동시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우미 KCC 현대성우종합건설 화성산업 등이 3200가구를 쏟아내고 서울 동작구 본동,성동구 금호동 등 서울 시내 우량 재개발 아파트도 줄지어 분양에 나선다. 서울 은평뉴타운 2지구 B · C공구 8개 단지(1349가구)도 내달 분양된다. 은평뉴타운 중대형 아파트는 입주 시기인 올해 말부터 전매가 가능해 환금성이 뛰어나다.

일각에선 이번 청약 붐이 '반짝 열기'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청라지구의 경우 올해 8000여가구가 추가 분양되고 영종하늘도시와 송도에서도 추가 공급이 예정돼 있어 '물량 폭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장규호/성선화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