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사진)는 9일(현지시간) 당내 계파 갈등 문제에 대해 "친박(친박근혜)이라는 분들이 당의 발목을 잡은 게 뭐가 있느냐"며 발끈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생각해보자,'친박 때문에 당이 안되고 있다' '친박 때문에 선거에 떨어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제가 당 대표할 때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었다. 항상 있는 거 아니냐"면서 "이걸 가지고 화합과 갈등이 어떻고,새삼스럽게 자꾸 갈등이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은) 전제가 잘못됐기 때문에 이야기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박 전 대표의 발언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반대에 따른 당내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늘어가는 등 역풍이 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이계 내부에선 이명박 정부 2기는 철저히 친이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이 흘러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친박 책임론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이번 사태가 친박계의 국정 발목잡기가 아닌 친이계의 진정성 없는 당 화합책이 낳은 결과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친박 측은 2008년 5월 박 전 대표에 대한 '당 대표 제안설'과 2009년 1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사실 유출설' 등을 예시하며 친이 측의 당 화합을 위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해왔다.

당 쇄신방안에 대해서는 "쇄신책의 내용을 보니까 공천시스템을 투명하게 하고 당헌당규 정신에 맞게 잘해야 한다는 것,원내 상임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것,원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인데 새삼스럽게 쇄신책으로 나왔다는 것은 그게 지금 안 지켜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일침을 가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