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파커의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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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세인트 제임스 공원내 런던마라톤 결승선.양쪽에 목발을 짚은 선수가 힘겹게 걸어 들어왔다. 피로와 고통으로 지쳐 있었지만 얼굴엔 '해냈다'는 자신감이 떠올랐다. 그가 마지막 한걸음을 내딛자 수백명의 시민들이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목발을 짚고 무려 14일 동안 걸어서 런던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필 파커(36)의 얘기다.
영국왕립군경찰 소속 소령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파커는 지난해 2월 바스라 지역 영국군 기지에서 로켓 공격을 받고 장갑차에 깔려 척추를 다쳤다. 하반신이 마비돼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 그는 절망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눈물겨운 재활노력을 시작했다. 3개월 후 발가락에 감각이 돌아왔고 며칠 뒤엔 발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사고 후 1년여 만인 지난 3월엔 혼자 힘으로 일어섰다. 엄청난 의지력으로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게 된 지 한 달 만에 런던마라톤에 참가한 것은 상이군인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서였다. 경기는 지난달 26일 시작됐다. 3만5000여명의 다른 선수들은 당일 경기를 마치고 돌아갔으나 그는 홀로 남아 하루 3.2㎞씩 걸었다. 그 이상은 위험하다고 의사가 조언했기 때문이다. 첫날엔 다리가 자꾸 마비돼 200m를 걸을 때 마다 멈춰서야 했다. 해가 지면 웨스트민스터의 집으로 갔다가 다음날 아침에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5만2400여 걸음을 걸어 마침내 '기나긴 레이스'를 마쳤다.
파커의 레이스에는 여러 시민들이 동참하며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택시 기사에서부터 학교 급식 담당 아주머니,경찰관에 이르기까지 구간마다 줄을 서서 박수를 치고 기부금을 건넸다. 네티즌들은 수백건의 메일로 응원했다. 지금까지 모금된 돈은 약 18억원.그는 "1년 전엔 완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감사할 게 너무 많다"고 했다.
파커의 도전은 이게 끝이 아니다. 내달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910m의 바위산 '엘 카피탄'에 오를 계획이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과 노력이 기적을 낳는다는 사실을 그는 또다시 보여줬다. 실직,사업실패,사고 등 느닷없이 닥친 불운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파커의 레이스'를 기억할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포기하지 않는 한 길은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영국왕립군경찰 소속 소령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파커는 지난해 2월 바스라 지역 영국군 기지에서 로켓 공격을 받고 장갑차에 깔려 척추를 다쳤다. 하반신이 마비돼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 그는 절망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눈물겨운 재활노력을 시작했다. 3개월 후 발가락에 감각이 돌아왔고 며칠 뒤엔 발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사고 후 1년여 만인 지난 3월엔 혼자 힘으로 일어섰다. 엄청난 의지력으로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게 된 지 한 달 만에 런던마라톤에 참가한 것은 상이군인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서였다. 경기는 지난달 26일 시작됐다. 3만5000여명의 다른 선수들은 당일 경기를 마치고 돌아갔으나 그는 홀로 남아 하루 3.2㎞씩 걸었다. 그 이상은 위험하다고 의사가 조언했기 때문이다. 첫날엔 다리가 자꾸 마비돼 200m를 걸을 때 마다 멈춰서야 했다. 해가 지면 웨스트민스터의 집으로 갔다가 다음날 아침에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5만2400여 걸음을 걸어 마침내 '기나긴 레이스'를 마쳤다.
파커의 레이스에는 여러 시민들이 동참하며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택시 기사에서부터 학교 급식 담당 아주머니,경찰관에 이르기까지 구간마다 줄을 서서 박수를 치고 기부금을 건넸다. 네티즌들은 수백건의 메일로 응원했다. 지금까지 모금된 돈은 약 18억원.그는 "1년 전엔 완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감사할 게 너무 많다"고 했다.
파커의 도전은 이게 끝이 아니다. 내달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910m의 바위산 '엘 카피탄'에 오를 계획이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과 노력이 기적을 낳는다는 사실을 그는 또다시 보여줬다. 실직,사업실패,사고 등 느닷없이 닥친 불운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파커의 레이스'를 기억할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포기하지 않는 한 길은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