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별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는 1997년 3월 노동법 개정 때 노사정 합의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반영됐다. 한국노총이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해 달라는 차원에서 복수노조를 요구했고,재계는 대신 노조전임자임금지급금지를 제시,노사가 '주고받는 식'으로 법이 개정됐다. 그 전에는 기존 노동조합과 조직 대상을 같이하는 노조는 존재할 수 없도록 규정한 노동조합법 제3조 5호 조항 때문에 복수노조가 금지됐다.

당시 노사정은 개정 법률이 당장 시행될 경우 노동현장에 대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경과 규정으로 부칙 제5조에 2001년 12월까지 복수노조허용과 전임자임금지급을 5년간 유예하는 내용을 반영했다. 그러다가 2001년 노사정은 또다시 5년간의 경과 규정을 두는데 합의,2006년 말까지 이들 제도를 유예시켰다. 시행을 또다시 유예한 이유는 '아직 우리의 노사문화가 성숙되지 않아 이들 제도의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 정부에 복수노조를 시행할 것을 여러 차례에 권고해 왔다.

국제기구의 압박을 받아온 정부는 2006년 9월 관련법을 개정해 2007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당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단식투쟁에 나서겠다며 반발,결국 노사정 합의를 통해 3년간 또다시 시행 시기를 유예했다. 노동계가 전임자임금지급 금지를 반대하는 것은 노동 운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번에 또다시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지급금지가 유예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이럴 바에는 아예 관련 법 조항을 폐지하는 게 낫지 않으냐"는 목소리도 높다. 노사정이 사회적 합의를 이룬 뒤 13년이나 시행이 미뤄졌는데 또다시 유예된다면 이 제도를 무슨 명목으로 유지하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노사 선진화의 틀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대외 신인도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번에 또다시 제도 시행이 유예된다면 노동 관련 국제기구들의 강도 높은 지적이 예상되고 있다.

제도 시행이 또다시 물건너 갈 경우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유예를 하되 다음 번에는 반드시 시행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단일화와 유급 전임자 수(time-off제) 등을 명시하는 시행 방안을 담아 노조 및 노사관계조정법을 개정하고 시행 시기를 명시하면 또다시 유예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