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LCD TV와 PDP TV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PDP TV용 패널 출하량은 28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해선 28% 줄어든 수치다. 반면 TV용 LCD 패널 출하량은 지난 2월 770만대에 이어 3월에는 990만대로 늘어났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10명 중 6명이 LCD TV 구입

LCD TV의 가장 큰 장점은 선명한 화질이다. 하지만 전파로 보내진 영상을 재현하는 속도가 느려 잔상이 남는 단점이 있었다. LCD TV업체들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초당 120장에서 최대 240장까지 영상을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신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LCD TV업체들은 이 같은 기술개발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엔 전체 TV 시장에서 전분기(50.0%)보다 8%포인트가량 높아진 58.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LCD TV업체들은 최근에는 LED(발광다이오드)를 후면광원으로 이용한 LED TV를 내놓으면서 PDP TV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기 시작했다. 전기를 흘려주면 스스로 빛을 내는 LED를 광원으로 사용한 LED TV는 기존 LCD TV보다 더욱 선명한 영상을 재현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외부 효과도 있었다. 미국의 디지털 방송 전환과 가전제품을 사면 보조금을 지급해 주는 중국의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은 침체됐던 TV 수요를 일으켰다. LCD 업계 관계자는 "기술개발과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에 힘입어 미국 디지털 방송 전환 등에 따른 수혜가 PDP TV보다 LCD TV에 몰리면서 LCD TV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타격에 PDP TV 흔들

글로벌 경기침체는 전체 TV 시장에서의 비중이 7.7%에 불과한 PDP TV 업계에 치명타였다. 지난해 3분기(7.1%)보다는 전체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소폭 높아졌지만 PDP TV 값이 하락하며 업황은 악화됐다. 평균 판매가격 기준으로 지난해 1분기 1187달러에 달했던 PDP TV 값은 지난해 4분기엔 900달러로 내려앉았다.

값은 내렸어도 수요는 크게 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PDP TV보다 얇고 가벼운 LCD TV를 선호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황 악화를 견디다 못한 업체들은 사업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각각 세계 PDP TV 시장 4위와 5위 업체인 일본의 파이오니아와 히타치는 올들어 PDP 사업에서 손을 뗐다. 지난 1분기 세계 PDP TV 1위 업체인 일본 파나소닉의 매출은 44% 감소했다. 파나소닉은 매출이 크게 줄면서 당초 생산계획을 3분의 1로 축소하고 시장 추이에 따라 생산물량을 조절하기로 했다.

LCD TV가 전체 TV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면서 PDP TV 업체들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두께가 엄지손가락만한 PDP TV 50인치와 58인치 2종을 내놨다. 두께는 29.5㎜와 36.8㎜로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 중에선 가장 얇다. 전력 소모량도 기존 제품 대비 60% 줄였다. 절전모드를 사용하면 35%에 달하는 전기료를 추가로 줄일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1월 내놓은 '보보스'로 세몰이를 하고 있다. 42인치,50인치 고화질(HD)급 제품에 이어 최근에는 초고화질(풀HD) 제품도 내놨다. 선명한 자연색을 구현할 수 있도록 '컬러 디캔팅' 기술을 사용했다. 또 주변의 조명 변화를 스스로 감지해 TV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아이케어 센서'를 적용해 소비전력도 기존 제품보다 최대 60% 줄일 수 있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하루 평균 200대 이상 꾸준히 팔리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