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한국 '제2의 신화'써라] 온라인 게임 'KISS'로 글로벌 영토확장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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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드리면 열린다
지난달 미국 미디어 리서치 업체인 스크린 다이제스트가 발표한 미국 · 유럽 시장의 10대 온라인게임(매출액 기준)에 한국 게임은 단 1개만 포함됐다. 1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블리자드),2위인 클럽펭귄(디즈니)을 비롯해 6개의 게임이 미국산이었고 유럽이 1개,파이널판타지11(스퀘어에닉스) 등 일본 게임이 2개 포함됐다. 한국은 시티오브히어로(엔씨소프트)만이 9위에 랭크됐을 뿐이다. 그나마 이 게임은 미국의 크립틱 스튜디오가 개발한 것을 엔씨소프트가 인수한 케이스다.
온라인게임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들은 여전히 마이너다.
◆WOW를 뛰어 넘어라
지금 미국과 유럽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에서 WOW(world of warcraft)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상회한다. 작년에 확장판 '리치왕의 분노'가 나오면서 세력이 더욱 커졌다. 이렇다 보니 'WOW를 넘어설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블리자드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런 게임들이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경우 한국 온라인게임은 북미 시장에서 설 곳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와중에도 많은 국내 기업들이 올해를 턴어라운드의 해로 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NHN USA는 올해 매출 예상액이 지난해의 세 배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넥슨아메리카 역시 최근 정체를 보였던 매출이 올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은 대작게임의 잇따른 미국 상륙에서 나온다. NHN USA는 웹젠이 개발한 헉슬리를 서비스할 계획이고 넥슨아메리카는 아시아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던전앤파이터와 카트라이더의 미국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이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자신하고 있고 최근 미국에 아틀란티카를 들고 상륙한 엔도어즈도 동시접속자수 2만명 수준에서 순항 중이다.
◆환경이 안되면 환경을 만든다
온라인게임이 세계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하다. 온라인게임이 보급되지 않은 곳도 태반이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의 '영토 확장'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한국식 온라인게임 성장 기반이 됐던 초고속인터넷 보급과 온라인 결제시스템,게임 보안 등의 인프라를 갖춘 나라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05년 NHN USA 설립을 진두지휘했던 남궁훈 NHN USA 전 대표는 "가장 어려웠던 일은 보안 시스템과 결제 방식을 확립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온라인 상에서 게임 아이템 등을 살 경우 한국처럼 휴대폰 소액 결제를 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나중에 지급 거절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즉 게임을 팔기 위해 결제 시스템을 한국 기업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미국식 온라인 결제 방식인 프리페이드카드를 도입,미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넥슨에 이어 NHN도 최근 미국의 주요 대형 마트와 소매점에서 카드 판매를 시작했다.
온라인게임 시장 여건이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시장이 향후 게임판을 주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블리자드의 마크 모하임 사장은 2006년 열렸던 게임전시회 E3에서 "향후 한국식 온라인게임이 세계 게임시장의 성장의 중심 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리니지 개발자인 송재경 XL게임즈 사장은 "온라인게임은 이제 막 성장이 시작된 단계"라며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발전하고 다양해질수록 온라인게임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선 일상이 미국에선 혁신
미국 콘솔게임 개발자들 사이에는 온라인게임을 받아들이게 되는 인식의 변화와 관련된 우스갯소리가 있다. 처음엔 온라인게임을 강하게 부정하다가 곧이어 화를 내게 되며,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해 협상을 시도하다가 절망에 빠지고,결국에는 온라인게임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퀴블러 로스 박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에 빗댄 이런 얘기는 게임을 온라인으로,대규모 네트워크 기반으로 만드는 순간 게임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온라인게임의 불모지였던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새로운 시도들은 게임의 하드웨어적 측면보다 온라인의 전형적인 특성인 네트워크와 서비스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온라인게임은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 없이 자유로운 시도들이 이뤄진다. 자바 기반의 플래시게임을 만들거나 다운로드가 필요없는 브라우저 게임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수민 넥슨아메리카 부사장은 "최근 미국 기업 터바인이 '반지의 제왕 온라인'을 서비스하면서 한국이 자신있어 하는 서버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며 "한국이 온라인게임의 혁신을 위한 시도에 소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물론 아직은 주도권을 한국이 쥐고 있다. 콘솔게임이든,모바일게임이든 대규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방향으로 게임 시장이 옮겨갈수록 한국의 온라인 기술이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윤정섭 NHN USA 대표는 "온라인게임을 10년 넘게 해 온 한국에서는 일상적인 일들이 미국에서는 '혁신'이라고 한다"며 "한국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성공을 보장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 얼바인(미국)=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온라인게임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들은 여전히 마이너다.
◆WOW를 뛰어 넘어라
지금 미국과 유럽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에서 WOW(world of warcraft)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상회한다. 작년에 확장판 '리치왕의 분노'가 나오면서 세력이 더욱 커졌다. 이렇다 보니 'WOW를 넘어설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블리자드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런 게임들이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경우 한국 온라인게임은 북미 시장에서 설 곳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와중에도 많은 국내 기업들이 올해를 턴어라운드의 해로 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NHN USA는 올해 매출 예상액이 지난해의 세 배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넥슨아메리카 역시 최근 정체를 보였던 매출이 올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은 대작게임의 잇따른 미국 상륙에서 나온다. NHN USA는 웹젠이 개발한 헉슬리를 서비스할 계획이고 넥슨아메리카는 아시아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던전앤파이터와 카트라이더의 미국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이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자신하고 있고 최근 미국에 아틀란티카를 들고 상륙한 엔도어즈도 동시접속자수 2만명 수준에서 순항 중이다.
◆환경이 안되면 환경을 만든다
온라인게임이 세계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하다. 온라인게임이 보급되지 않은 곳도 태반이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의 '영토 확장'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한국식 온라인게임 성장 기반이 됐던 초고속인터넷 보급과 온라인 결제시스템,게임 보안 등의 인프라를 갖춘 나라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05년 NHN USA 설립을 진두지휘했던 남궁훈 NHN USA 전 대표는 "가장 어려웠던 일은 보안 시스템과 결제 방식을 확립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온라인 상에서 게임 아이템 등을 살 경우 한국처럼 휴대폰 소액 결제를 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나중에 지급 거절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즉 게임을 팔기 위해 결제 시스템을 한국 기업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미국식 온라인 결제 방식인 프리페이드카드를 도입,미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넥슨에 이어 NHN도 최근 미국의 주요 대형 마트와 소매점에서 카드 판매를 시작했다.
온라인게임 시장 여건이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시장이 향후 게임판을 주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블리자드의 마크 모하임 사장은 2006년 열렸던 게임전시회 E3에서 "향후 한국식 온라인게임이 세계 게임시장의 성장의 중심 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리니지 개발자인 송재경 XL게임즈 사장은 "온라인게임은 이제 막 성장이 시작된 단계"라며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발전하고 다양해질수록 온라인게임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선 일상이 미국에선 혁신
미국 콘솔게임 개발자들 사이에는 온라인게임을 받아들이게 되는 인식의 변화와 관련된 우스갯소리가 있다. 처음엔 온라인게임을 강하게 부정하다가 곧이어 화를 내게 되며,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해 협상을 시도하다가 절망에 빠지고,결국에는 온라인게임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퀴블러 로스 박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에 빗댄 이런 얘기는 게임을 온라인으로,대규모 네트워크 기반으로 만드는 순간 게임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온라인게임의 불모지였던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새로운 시도들은 게임의 하드웨어적 측면보다 온라인의 전형적인 특성인 네트워크와 서비스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온라인게임은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 없이 자유로운 시도들이 이뤄진다. 자바 기반의 플래시게임을 만들거나 다운로드가 필요없는 브라우저 게임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수민 넥슨아메리카 부사장은 "최근 미국 기업 터바인이 '반지의 제왕 온라인'을 서비스하면서 한국이 자신있어 하는 서버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며 "한국이 온라인게임의 혁신을 위한 시도에 소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물론 아직은 주도권을 한국이 쥐고 있다. 콘솔게임이든,모바일게임이든 대규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방향으로 게임 시장이 옮겨갈수록 한국의 온라인 기술이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윤정섭 NHN USA 대표는 "온라인게임을 10년 넘게 해 온 한국에서는 일상적인 일들이 미국에서는 '혁신'이라고 한다"며 "한국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성공을 보장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 얼바인(미국)=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