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16번홀 3퍼트.'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 킹스밀리조트 리버코스(파71)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미켈롭 울트라오픈 마지막날인 11일(한국시간) 16번홀(파4).동반 라운드에 나선 동갑내기 김송희(21)와 김인경(하나금융)이 이 홀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릴 때까지만 해도 크리스티 커(미국),린제이 라이트(호주)와 펼친 승부의 향방은 안갯속이었다. 김송희가 두 번째 샷을 그린 왼쪽 러프로 날려 보내고 세 번째 샷마저 온 그린에 실패,더블 보기를 적어냈다. 순식간에 14언더파로 내려앉으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김인경도 결국 1m 거리의 파퍼트 실수로 14언더파로 밀리면서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라이트도 이 홀을 보기로 마쳤다. 세 선수가 나란히 '마(魔)의 16번홀'에서 3퍼트를 범할 때 커는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16언더파)로 올라섰고 16번홀도 파로 마무리했다. 우승을 다퉜던 4명의 운명은 이렇게 갈렸다. 커는 나머지 홀을 파로 막아 연장전의 기대감을 잠재웠다.

2005년 이 대회 우승자인 커는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LPGA투어 통산 12승을 거뒀고 우승상금(33만달러)을 보태 시즌 상금 71만달러로 로레나 오초아(67만달러)를 앞질렀다. 생애 두 번째 우승 기회를 놓친 김인경은 선두에 2타 뒤진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신중하게 플레이하기로 유명한 김인경이 결정적인 순간 퍼트를 놓친 게 패인이었다. 김인경은 "핀 위치가 어려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힘들었다"며 "그린 스피드도 생각보다 빨라 홀을 지나치는 퍼트가 많았다"며 아쉬워했다. 김송희는 라이트와 마지막 홀(파4)에서도 나란히 보기를 적어내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2라운드까지 13언더파로 선두였던 오초아는 3 · 4라운드에서 3오버파를 기록,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신인왕 후보인 미셸 위(20 · 나이키골프)는 공동 15위에,신지애(21 · 미래에셋)는 공동 20위에 랭크됐다.

미국 선수들의 부활 행진은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졌다. 우승자 커를 포함해 톱10에 4명이 이름을 올렸고 올 시즌 8개 대회 중 SBS오픈(안젤라 스탠퍼드) 마스터스카드클래식(팻 허스트) 크라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브리타니 린시컴)에 이은 미켈롭 울트라오픈까지 4개 대회를 제패한 것이다. 한국 및 유럽계 선수들에 밀려 지난 10여년간 부진했던 미국 여자 군단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