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 일대 전환이 필요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이 최근 한국 국적 아버지를 둔 중국인 박모씨가 방문취업사증(H-2)체류를 이유로 간이귀화를 불허한 법무부를 상대로 낸 행정재판에서 "적법하게 체류자격을 부여받아 국내에 3년 이상 생활 근거지를 두고 있는 자는 간이귀화 요건의 범위에 해당된다"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기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결로 논란이 많은 비숙련 외국인력의 정주(간이귀화) 문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채 운영돼온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게 됐다.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주와의 근로계약을 근거로 발급하는 비전문취업사증(E-9)을 취득하거나, 만 25세 이상 동포이면 방문취업사증(H-2)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 정책은 내국인의 고용기회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투명한 도입절차가 가능한 고용허가제로 대변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방문취업사증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가 비전문취업사증 소지자보다 2배 이상 많다. 2009년 1월 현재 국내에 체류중인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 45만명(불법체류자 20만명 제외)중 66%인 30만명이 방문취업자이다.

방문취업제는 2002년 국내에 호적 또는 친척이 있는 외국국적 동포에게 일부 서비스업종에 3년간 취업활동을 허용한 취업관리제에서 출발했다. 취업관리제는 2004년 고용허가제도가 도입되면서 특례제도의 하나로 고용허가제에 흡수 통합됐고 건설업에도 취업이 허용됐다. 2006년 제조업,농축산업,연근해어업에도 취업이 허용돼 일반고용허가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가 2007년 국내에 연고가 없는 외국동포에게도 최장 3년간의 체류를 허용하는 방문취업제로 변경된 것이다.

방문취업제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재외동포관리 차원에서 접근함으로써 고용허가제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국내의 고용주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입국할 수 없는 일반고용허가제와 달리 일단 국내에 입국한 후 구직활동을 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직장을 얻은 후에는 일선 노동관서에 신고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신고율이 극히 저조해 실태 파악도 제대로 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도입인력 규모를 사전에 통제하기 어렵다.

출산율 저조로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은 불가피하며 향후 그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정주화(간이귀화)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실제적으로 정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애써 외면해 왔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의 정주화 문제를 공론화하고 심도있게 논의해 외국인 노동자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 해외동포는 외국인 노동자로 받아들이는 경우 정주화를 전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남미로 이민 간 일본인 3세를 외국인 노동자로 받아들인 일본은 처음부터 이민자로 받아들였다.

일반고용허가제로 도입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도 최장 4년6개월의 체류를 허용하고 재입국도 자유로이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국적법상 외국인이 5년 이상 합법적으로 체류하면 영주자격을 신청할 수 있으니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5년이 경과한 현시점에서 동포뿐 아니라 고용허가제로 도입된 외국인 노동자의 정주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필요성에 대한 10여년간의 공허한 논란으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키워 온 어리석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