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김무성 원내대표 불가' 방침에 따라 당내 친이 · 친박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책임 공방이 더해지면서 감정싸움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당장 친이 측 일부 의원은 흥분한다. "신속하고 과감한 국정 운영을 위해 당 · 정 · 청 모두를 친이 측 인사로 채워 국정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 전 대표가 친이 측에서 어렵게 내민 손을 뿌리친 만큼 친박은 빼고 우리끼리 가자"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에는 자신들의 손으로 창출한 이명박 정부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길 수 없으니 총을 맞아도 본인들이 맞겠다는 '충정'과 박 전 대표의 선택이 역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함께 한다.

이에 친박계는 발끈한다. "친이계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친박계인 이성헌 제1사무부총장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한 듯 "지난 재 · 보선 공천심사 과정에서 여의도연구소 보고서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안경률 사무총장이 밖에서 갖고 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밀어붙였다"고 친이계 책임론을 제기했다.

또 "박 전 대표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면서 "지금 지도부를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느냐.문제의 본질은 청와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디에도 반성은 없다. 서로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을 뿐이다. 양측이 당 위기의 책임을 서로 돌리는 네탓 공방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는 어렵다. 서로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게 정치의 생리지만 한나라당의 집안싸움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친박이 말을 안들으니 친박을 포기하고 따로 가자는 친이 측이나 친이의 독주에 마음이 상해 더 이상 협조는 기대하지 말라며 버티는 친박이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친이가 친박없이 가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회를 포기하겠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미디어법과 금융지주사법,초중등교육법 등 산적한 민생경제 법안을 내팽개치겠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의원 60여명으로 당내 당을 형성하고 있는 친박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법안 처리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양측 모두 목소리를 높이고 감정대응할 게 아니라 진정성있게 대화의 여지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