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김 부장이 날아가고 그 자리에 토머스 부장이 온다면? 영어라면 왠지 주눅이 드는 김 과장과 이 대리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회의시간엔 눈치만 보다가 영어 잘하는 20대 여직원을 붙잡고 '대체 뭐라고 지시했냐'고 물어보기 십상일 것이다. 영어의 벽을 어찌어찌 넘는다 해도 문제는 산적해 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자라왔으니 곳곳에서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외국인 CEO 헤드헌팅 전문업체인 콘페리의 채은미 부사장에게 외국인 상사와 코드 맞추는 '비결'을 들어봤다.

◆적극적으로 얘기하라=대부분의 외국인 상사들은 부하직원이 자신의 불만사항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직원들은 대체로 업무 분담이나 업무량,업무시간,연봉 등 직장 내 여러 문제에 대해 대놓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상사가 알아주기를 기대한다. 외국인 상사들은 이런 태도를 보이는 부하직원을 보면 아무 불만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나는 만족한다'거나 '나는 불만족스럽다'고 분명히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라=아무리 까다로운 외국인 상사라고 해도 능력있는 부하직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문화가 아무리 달라도 외국인도 사람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싫어할리 만무하다. 다만 이들은 무조건식의 농업적 근면성마저 수긍하는 건 아니다. 열심히 일하되 생산성이 높다는 걸 보여 주는 게 좋다.

◆지시를 정확히 확인하라=영어로 진행되는 회의 때 중요한 내용을 알아듣지 못했다면 적당히 때려맞추지 말고 지시를 확인해야 한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묻고 또 물어라.영어가 부족하면 구체적인 사례나 수치,계획서를 직접 앞에 두고 짚어가며 하나씩 확인하는 것이 좋다. 외국인 상사들도 이런 직원을 좋아한다.

◆공(公)과 사(私)를 분명히 하라=외국인 상사들은 공과 사가 분명한 걸 좋아한다. 업무시간에 사적인 일을 처리하는 건 질색이다. 개인적으로 가깝다고 공적인 일을 등한시하는 것도 싫어한다.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노는 문화에 적응하는 게 좋다.

◆한국식 문화를 적극 설명하라=10년 이상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지내며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처럼 느껴지는 외국인도 있지만 대다수는 한국 문화를 잘 모른다. 한국식 접대나 거래 관행 등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외국인이라 뭘 모른다'고 뒷담화를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문화적 차이를 충분히 설명한 뒤 상사의 결정 권한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