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9 재보선 참패, 친박계 원내대표 추대 무산 등으로 어수선한 한나라당에 지도부를 전면 교체하는 조기전당대회 개최론이 부상하고 있다. 소장파 의원들이 불을 지피고 정몽준 최고위원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남경필 의원은 11일 라디오방송에 출연,"아무래도 정치 스케줄이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9월 초나 이르면 7월도 (조기전대가) 가능하겠다"며 "쇄신특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날도 "조기전대를 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에 참여해야 의미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실세들의 전면 참여'를 거듭 제기했다.

조기전대론의 기저(基底)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0 대 5라는 재보선 참패가 최소 7군데 이상 치러질 10월 재보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내년 지방선거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가 추진했던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무산되면서 리더십이 흔들림에 따라 새로운 지도부 구성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계파별 입장과 주장이 제각각인 데다 조기전대가 가능하려면 최고위원회의 의결이나 현재 9700여명인 대의원 3분의 1이상의 소집요구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최고위원들 중 정몽준 · 공성진(친이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부정적이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온 국민이 경제 살리기에 노력 중인데 당권을 놓고 서로 다투는 것이 옳으냐"며 "조기 전대는 몇 사람이 요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며 당헌 · 당규에 따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 지도부와 청와대가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당 쇄신특별위원장에 임명된 원희룡 의원은 "당 쇄신안에 조기전대 등 모든 것을 포함하겠다"며 "당 지도부는 쇄신위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정몽준 최고위원을 비롯한 소장파들의 요구가 드셀 경우 현 지도부가 끌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기전대가 성사된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박 전 대표가 대표 경선에 불참할 경우 반쪽짜리 전대로 전락할 수 있다. 만에 하나 박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도 부담은 있다. 박 전 대표가 당선되면 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친이계가 박 전 대표의 당선을 막으려 집단적으로 움직인다면 더 큰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조기 전대가 적절한 해법이 되기엔 당내 사정이 너무 복잡하다.

이준혁/구동회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