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넘어서면 세월이 참 빨리 지난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40대 전까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50대에 이르면 왠지 40대와는 달라진 기분이 든다. 50대 중반인 나는 가끔 동창회 같은 데를 나가는데,그런 모임에서는 30대 때의 정서적 교감을 나누게 된다. 그들 중에는 아직도 활기찬 모습을 지닌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친구는 10여년 전에 비해 폭삭 늙었다. 간혹 어떤 친구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래서일까. 이런 모임 뒤 귀가길에선 나이듦에 대한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10년쯤 뒤 갑자기 큰 병에 걸려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한 친구의 말소리도 귓가에 맴돈다.

50대에 들어서면 사람마다 노화 진행의 차가 뚜렷이 나타나는 것 같다. 하기야 고생 많이 한 친구는 나이에 비해 훨씬 빨리 늙는다. 지병이 있는데도 관리를 소홀히 하고 마음고생까지 겹치다 보면 노화가 촉진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등장한 '신세대 노인들'은 모든 면에서 '구세대 노인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발달된 의료 혜택과 건강관리,운동 덕분일 게다. 특히 건강한 신세대 노인들 중에는 건강한 신체 못지않게 건강한 '노화 의식'을 갖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수천년 전 인도의 위대한 성현 샹카라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늙고 죽는 것을 보기 때문에 늙고 죽는다. " 노화는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부정적 노인관'을 갖고 있으면 노화가 더 촉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의 노화 연구 결과를 보면 건강하고 장수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늙어가는 것 자체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에 '이 나이에 무슨 주책이냐,무슨 성생활이냐'고 말하거나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자아 초월적 멘트로 일갈하는 노인들이 있다. 그런 말의 이면에는 노화는 운명적인 것,따라서 거기에 기꺼이 모든 것을 복종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깔려 있다.

노화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만큼 개별적이란 의미다. 의학 일반에서도 '정상'적 노화란 이런 것이라고 쉽게 정의를 못내리고 있다. 특정 위험 질병이 없는 한 건강관리를 잘하면 누구든 100세를 넘겨 살 수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구세대 노인들은 이런 점을 간과한 결과다. 노인은 허약하고,사회적으로 무용하고,아프고 가엾은 신세라는 의식.나이가 다소 젊어도 이런 부정적 노인관을 갖고 있으면 구세대 노인이다. 반면에 신세대 노인의 노화에 대한 의식은 다르다. 모든 심신은 쓰지 않으면 잃어버릴 수 있고,생활 방식을 바꾸면 노인의 건강도 역전시킬 수 있고,긍정적 신념은 신체의 생리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요컨대 심리적 연령은 실제 연령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