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주펀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관련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1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25개 글로벌 금융주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21.73%로 758개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20.78%)을 제쳤다. 글로벌 금융주가 미 스트레스 테스트 통과 이후 강세를 보이며 최근 1주간 평균수익률이 9.45%로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은 7.04%에 그쳤다.

개별 펀드 가운데 '삼성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주식'은 올 들어 26.5% 안팎의 수익률로 가장 양호한 수익을 낸 것을 비롯 1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모인 '한국투자월스트리트투자은행'도 23% 넘는 수익을 냈다. 이 밖에 미국 금융주와 함께 아시아 국가의 금융주도 편입하는 '미래에셋솔로몬아시아퍼시픽파이낸셜서비스'가 22.9%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글로벌 금융주펀드 수익률이 급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금융주펀드의 강세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건스탠리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이후인 지난 15일(현지시각) 20억달러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결과 두 배 많은 40억달러가 몰렸다. 이 회사가 40억달러 규모로 발행한 무보증 은행채도 모두 팔렸다. 같은 날 75억달러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한 웰스파고에도 86억달러의 자금이 쏠렸다.

이에 따라 웰스파고를 7% 이상 편입하면서 가장 많이 들고 있는 '하나UBS글로벌금융주의귀환'의 1개월 수익률이 26%를 넘어서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와 관련,"현재 미국 금융주들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는 0.9배인데 골드만삭스를 제외한 18개 은행의 증자비율은 9.8%로 증자를 반영해도 PBR가 1배 수준에 못 미친다"며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이후 비판론도 있지만 이를 계기로 금융시장이 정상화 단계로 접어드는 등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펀드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주의 주가가 작년 10월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아 적립식은 납입을 계속하되 거치식으로 가입한 투자자의 경우 이 기회를 이용,부분 환매하며 차익을 실현하라고 조언했다.

이병훈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팀장은 "글로벌 금융주가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침체 국면의 중심에 금융주들이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면서 "가입 기간이 1년 미만이면서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는 부분 환매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경 삼성증권 펀드리서치파트장은 "적립식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납입하는 편이 낫다"며 "다만 글로벌 금융주펀드라도 평균수익률에 못 미치고 있다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