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은 이미 지난 3월부터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향후 1~3년 후를 내다보면 지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입니다. "(앙드레 마리니 세레스애셋매니지먼트 회장)

삼성증권이 11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2009 삼성 글로벌 인베스터스 컨퍼런스'에는 100여곳의 해외 유력 기관투자가 150여명이 참석해 한국 경제와 대표 기업들에 큰 관심을 보였다.

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피델리티 싱가포르투자청 픽텟 슈로더 크레디아그리콜(프랑스 은행) 오크지프캐피털 등 해외 기관과 국민연금 미래에셋 등 국내 기관투자가 등 총 400여명이 참석했다.

또 전기전자 금융 · 증권 · 보험 자동차 철강 건설 조선 교육 에너지 등 다양한 업종의 국내 대표 기업 66개사가 참석, 해외 기관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를 가졌다. 이들 업체는 신라호텔 16~18층 등 3개 층에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모두 670차례의 1 대 1 비공개 미팅을 가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올해로 6회째인 이번 행사에는 오너를 포함한 국내 간판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기업 소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투자자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첫날인 이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비롯해 김중회 KB금융지주 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 이우현 OCI(옛 동양제철화학) 부사장, 이영훈 포스코 상무,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직접 기관 투자가들을 맞아 비공개 IR행사를 지휘했다.

12일에는 이재호 엔씨소프트 부사장, 박상규 현대모비스 전무, 윤용암 삼성화재 부사장, 양웅철 현대차 사장,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 황인준 NHN 부사장 등이 참석한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개회사에서 "국내 유가증권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상승랠리를 펼치며 유동성을 유입시켰고 이를 통해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가 거의 회복국면에 들어섰다"며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은 국내 증시의 탄력성과 유동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계 세레스 애셋매니지먼트 앙드레 마리니 회장도 "지난해 아시아를 쳐다도 보지 않던 외국인들이 이젠 아시아로 관심을 되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포트폴리오 내 한국 비중을 낮췄던 기관들이 한국의 경상수지 호전과 우호적인 환율 추이, 최근 코스피지수의 탄력적인 반등을 보면서 자세를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중국 등은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수요 측면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의) 반등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홍콩 뉴욕 런던 등에 편중됐던 해외 기관들은 이번에는 중국의 일부 기관투자가(QDII)들이 참여하는 등 한층 다변화됐다. 삼성증권 포럼에 처음 왔다는 제프리 우 차이나애셋 연구원은 "한국 전기전자(IT) 기업들에 집중했던 관심을 금융 쪽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내 건설사 및 통신사의 기업 설명회에 참석한 모건스탠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한 관계자도 "관심종목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 투자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문혜정/강현우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