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한국 '제2의 신화'써라] 글로벌 빅3 게임사이트 '프로추어'가 먹여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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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학 협력으로 아이디어 수혈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09세계게임개발자대회(GDC)의 최대 관심사는 인디게임(독립개발사 또는 개인이 만드는 게임)이었다. 세계 콘솔게임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소니,마이크로소프트,닌텐도의 게임 사이트에서 대학생들이 만든 게임들이 최근 잇따라 1위에 오르면서다.
올해 소니가 운영하는 게임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를 가장 많이 받은 콘텐츠는 미국 남가주대(USC) 학생들이 만든 '플라워'라는 게임이다. 이 학생들은 2007년 USC 인터랙티브 미디어학과 실험실에서 만든 '플로'라는 게임으로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올해 내놓은 플라워의 인기는 이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게임 팬들과 개발자들이 꼽은 최고의 게임은 디지펜 공과대학 학생들이 만든 '포털'(Portal)이라는 1인칭 퍼즐 게임이었다. 카네기멜론 공과대학 학생들이 만든 'The World of Goo'라는 게임은 지난해 닌텐도의 게임기 위(Wii)의 다운로드 콘텐츠 중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게이머에게 직접 게임을 만들게 한다
이 같은 양상의 배경에는 미국 게임업계의 긴밀한 산 · 학협력이 자리 잡고 있다. 게임개발 시스템에 변화를 주기 위한 산 · 학협력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최대 게임사인 EA(일렉트로닉 아츠)는 2004년 600억원을 투자해 미 캘리포니아 USC의 영화학부에 게임학과(Interactive media)를 설립했다. 30여명이 정원인 이 학과의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 대부분은 EA가 제공하는 장학금을 받고 있다. 재학 중에 EA에서 인턴십 기회를 얻기도 한다.
현재 이 학과에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액티비전 구글 등 10여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직접 자금을 지원하거나 학생들과 공동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닌텐도는 1998년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디지펜 공과대학이라는 게임 전문 대학을 세웠다. 이 학교 캠퍼스는 닌텐도의 미국법인 본사 안에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게임업체인 블리자드 역시 지난해부터 캘리포니아주립대 얼바인 캠퍼스의 미디어학과와 손잡고 게임 개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EA와 디즈니는 미국 카네기멜론대에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센터(ETC)를 설립하고 학생들이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업체들이 산 · 학협력을 확대하는 이유는 게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재미'를 게이머인 대학생들로부터 직접 얻어내기 위해서다. 블리자드의 폴 샘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개발자가 좋아하는 게임이 아니라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콘솔게임 유통도 디지털로
최근 소니는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용 게임으로 선보였던 '레지스탕스'가 히트를 치자 확장판을 플레이스테이션 온라인 서비스인 소니홈(Sony Home)에서만 유통을 시켰다. 확장판을 즐기기 위해선 다운로드만 받아선 안 되고 기존 버전의 게임 디스크를 게임기에 넣도록 했다. 이 때문에 레지스탕스 중고 게임 소프트웨어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니뿐만이 아니다. 콘솔게임기 엑스박스에 온라인 기능을 넣은 엑스박스 라이브로 이미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 모두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방식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미국에서 열린 GDC에서 닌텐도가 휴대용게임기 닌텐도DS의 온라인 서비스인 DSi를 대대적으로 알리고 나선 것은 콘솔게임 온라인화의 상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콘솔게임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개발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요즘 콘솔 게임업체들은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와 수익 감소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규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 감소와 중고 게임 소프트웨어 비중 증가는 게임기 업체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모두의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EA의 크리스토퍼 톰슨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게임은 이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상상하기 힘들게 됐다"며 "이미 책과 음악의 디지털 과정에서 보여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콘솔게임의 디지털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의 제약을 넘어선다
LA에서 4년째 온라인게임업체 넥슨의 미국 사업을 이끌고 있는 박수민 넥슨아메리카 부사장은 "지금 미국 게임산업은 PC기반 온라인게임뿐 아니라 아이폰 게임과 브라우저 방식의 웹게임,소셜플랫폼을 활용한 플래시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의 제약이 사라짐과 동시에 온라인의 활용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은 온라인 인맥만들기 사이트인 페이스북의 '주차전쟁'이다. 언뜻 보기엔 게임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조잡한 플래시 형태의 게임이지만 하루에 수백만명이 애용하는 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아이폰이 게임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미국 게임 시장의 새로운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닌텐도DS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팔린 아이폰 및 아이팟터치의 앱스토어 기반 게임을 만드는 것은 게임 개발자들에게 무척 매력적인 일이다.
미국 게임업계의 이런 시도는 한국에서 생각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이라는 영역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온라인게임만을 노리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게임으로서의 성격도 불분명해보이는 콘텐츠로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며 "이를 놓친 것은 한국 개발사들의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 얼바인(미국)=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