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하는 ‘룰라’ 이상민,고영욱 “‘날개 잃은 천사’들이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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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 중에서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보컬 김지현을 필두로 엉덩이를 두드리던 안무는 당시 중고등학생들 장기자랑의 단골 메뉴였다.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날개 잃은 천사’를 타이틀곡으로 한 2집 앨범은 200만장이 팔렸다.
당시 최고 스타였던 서태지와 아이들과 견줄 수 있는 유일한 대형 가수였고, 연말 시상식에서는 김건모와 함께 대상을 번갈아 타며 그 인기를 과시했었다.
2집 이후에는 멤버들의 각종 루머와 표절 시비 등으로 논란을 빚기도 한 룰라. 하지만, 음악성에서는 기도, 풍변기곡 등 퓨전 크로스오버스런 참신한 댄스곡들을 히트시키며 우리나라 댄스뮤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룰라는 8집까지 총 700만장의 음반을 팔고, 고영욱의 군 입대와 함께 해체되었다.
룰라의 데뷔 15주년을 기념 삼아 ’09년 6월 각자의 길을 갔던 멤버들(이상민, 고영욱, 김지현, 채리나, 신정환)이 6월에 재결합하여 9집 앨범을 발표한다. 2년 전부터 모여서 음반 작업을 시작해, 이미 16곡을 녹음하였고, 추가로 2곡의 곡을 받아 녹음할 예정이다. 컴백을 앞둔 그룹 룰라의 멤버중 이상민, 고영욱씨를 만나 새 앨범과 그 간의 이야기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번 9집 앨범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2년 전부터 전 멤버들이 다 모여서 음반을 준비했어요. 이미 16곡은 녹음이 끝났고, 이중에서 10곡 정도를 고르고 작곡가에게 2곡을 더 받아 녹음할 예정이에요. 신정환씨가 3곡 정도는 객원 멤버로서 녹음에 참여했고, 컨츄리 꼬꼬가 처음으로 프로듀싱에 참여했어요. 기존의 룰라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어떤 노래를 부르더라도 룰라가 부르면 룰라만의 색깔이 날 수 밖에 없거든요. 이현도, 리쌍, 현진영, 유건영 씨등이 작곡한 곡들이어서, 예전의 색깔이 녹아 있어요. 이현도씨는 처음 프로듀싱하는 곡이고 미국에 있으면서 2곡이나 보내 줬어요. 리쌍, 길, 에픽하이 같은 후배들에게도 큰 도움을 받았어요.
10년 만에 내는 앨범이고 음반 시장이 많이 달라졌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전에는 앨범 몇십만장 정도는 그냥 발매했었어요. 요즘은 음반 시장이 많이 달라졌고, 10년 동안의 음반 판매 데이터를 정확히 몰라서 아직 음반은 계약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좋은 조건으로 얘기중이라서 6월 중에 음반은 발매할 예정이에요.
또 데뷔 15주년이라 후배들이 저희의 인기곡을 리메이크해서 부른 음반과 총 9집의 CD를 포함한 기념 음반을 2만세트로 한정 판매할 거에요. 공개되지 않았던 예전의 뮤직비디오 영상도 포함하고, 음반 구매자 이름으로 친필 사인도 넣을 겁니다.
룰라로 재결합해서 컴백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방송 활동도 중요하지만, 공연에 초점을 둘 겁니다. 7월 초부터는 전국 공연을 시작할 거에요. 과거의 저희 팬들이 지금은 30대의 소비 세대들이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아주고 싶어요. ‘줄리아나 in 90's' 식으로 공연장을 나이트나 클럽처럼 만들어서 술도 마실 수 있고 음악도 듣는 재미있는 공연을 기획하고 싶어요. 30대 팬들을 대상으로 금, 토요일에 클럽에 가는 것처럼 저희 공연도 금, 토요일에 해서 같이 노래를 부르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10년 만에 다시 재결합하게 된 이유는?
돈이 벌고 싶어서 재결합한 건 아니에요. 10년이 흐르는 동안 저희 팬들도 나이를 먹고 저희도 나이를 먹었는데 방송을 보면, 저희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아니잖아요. 90년대 활발하게 활동했던 가수들이 음악과 공연을 해서 30,40대들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최근 2년동안 식당을 했는데, 그 곳을 찾은 예전 팬들이 아직도 그때의 룰라 음악을 들으면 너무 즐겁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디 가까운 여행을 가면 예전에 룰라나 노이즈의 댄스 음악을 들어야 즐겁게 여행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는 얘기를 듣고 재결합에 대한 생각이 더욱 굳어졌던 것 같아요.
예전의 인기가 너무 높아서 혹시라도 컴백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세요?
사실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 그거였어요. 예전 꼬마 룰라의 권지용씨가 지금은 가수 빅뱅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걸 보면, 어렸을 때 우상이었던 선배 가수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댄스 가수는 발라드와 다르게 음악, 패션 그리고 춤까지 고루 갖춰야 해요. 하나라도 균형이 깨지면 무대 위에서의 움직임도 어색해 보이고, 음악에 집중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음반 준비하는 2년 동안 룰라의 모든 멤버가 기타 방송 활동을 자제했어요. 엔터테이너로 개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들도 있었지만, 음악에 더욱 집중해서 저희의 예전 팬들 뿐만이 아니라 후배들을 실망시키고 않으려고 해요.
무대가 그리웠을 것 같은데?
2~3년 전까지는 이상하게 무대가 그립지는 않았어요. 음악과 등을 지고 전혀 다른 일을 하다 보니깐 생각이 잘 안 났어요. 그냥 음악을 듣고 무대에 가끔 한두 번 나가는 정도였어요. 그러다 2007년에 컨츄리 꼬꼬의 크리스마스 공연 때 게스트로 20분 넘게 공연을 했는데 그때 너무 즐거웠어요. 다시 무대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굳이 룰라가 아니더라도 90년대 댄스 그룹이 후배들이랑 같이 공연도 하고 프로젝트 그룹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KBS ‘불후의 명곡’이란 프로그램에 나갔을 때, 의외로 게시판의 글들이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음악과 공연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졌던 것 같아요.
이상민씨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아시다시피 사업도 하고 이혼도 하고...(웃음) 세상의 쓴맛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지금 내가 다시 일어난 게 제 스스로 놀랄 정도에요. 룰라 활동을 할 때는 술을 거의 안 마셨는데, 술도 많이 마시고 몸도 많이 망가졌었어요. 술을 계속 마시니깐 배가 많이 나오고 살이 많이 쪘었어요.
더 이상 망가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무대 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작년 7월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독하게 마음먹고 규칙적인 생활하고 술도 거의 안 먹고 사니깐 생각도 건전해지고 삶이 잘 정돈되더라구요. 더 이상 인생의 바닥이 없을 만큼 많은 걸 경험해서 이제는 어떤 일이 생겨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상민씨와 고영욱씨는 오래된 친분으로 유명한데 서로에게 어떤 친구인가요?
이상민: 어떻게 보면 가족 이상으로 더 가깝게 지내왔어요. 15년 넘게 항상 옆에서 모든 일을 같이 겪고 지켜봐 주는 가족 같은 동생이에요. 우리 둘다 무뚝뚝하긴 하지만 성격이 좀 달라요. 제가 사업하느라 사람을 신경 못 써줄 때 고영욱씨가 제 대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줬어요. 여자 보는 눈도 달라요.(웃음).
특히 이혼하고 사업도 잘 안되고 굉장히 힘들었을 때, 뒤처리 하느라 정신도 없고 가까운 사람도 다 떠나던 그때 제 옆에서 걱정해주고 저를 대변해주는 친구였어요. 제가 무너지지 않게 항상 가까이서 나를 챙겨주고 교회에 데려갔어요. 이 친구 덕분에 제 인생 최대의 위기였던 시절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영욱: 형은 룰라 시절부터 항상 큰형이었어요. 예전에 1집 음반을 내기도 전에 경기도 산골에서 음반 녹음을 하면, 저랑 신정환씨는 연습하다 몰래 도망가기도 했는데, 형이 항상 자리를 잡아줬어요. 또 4년 전에 형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인간적인 모습도 보게 되었고, 정이 더 쌓였나 봐요. 저는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는데 형이 아빠처럼 많이 도와주고 애써주는 게 항상 고마워요.
고영욱씨는 간혹 연예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데요?
사실 방송 욕심이 나요. 물론 룰라 앨범과 공연이 우선순위이지만, 연예 프로그램에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 사람들 웃기는 것도 좋아 하거든요. 제가 세심한 면이 의외로 많고 생각 많은 A형이라 그런지 아직 100% 적응한 건 아니지만, 오래 쉬었던 만큼 룰라의 음악 말고도 방송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예전 룰라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룰라 제2의 전성기를 만들고 싶어요. 이번 음반 작업하면서 요즘 시대 음악이 달라져서 뒤쳐질까봐 음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하지만 주변의 선후배들도 많이 도와줬고, 정말 예전의 1,2집을 만들 때의 초심으로 작업했어요. 좋은 음악으로 돌아와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재밌는 공연도 구상했어요. 많이 준비하고 고민한 만큼 좋은 음악과 공연으로 컴백하겠습니다.
한경닷컴 bnt 뉴스 서예림 기자/ 사진 이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