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만 대동… 자원협력 논의
아스타나 공항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곧바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사저로 이동해 만찬을 겸한 '사우나 회동'을 가졌다. 카자흐에서는 국빈을 모실 때 최고의 신뢰와 존중의 표시로 사우나를 제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사우나에서 이 대통령의 경제위기 극복 경험을 듣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외국 정상을 대통령 사저로 초대해 사우나를 같이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카자흐에서도 이 대통령에게 파격적 의전을 선보인 셈"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사우나 회동 때 통역만 대동했으며 자원외교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카자흐 방문에 앞서 우즈베키스탄 고도(古都) 사마르칸트에 들러 문화유적지를 둘러봤다. 기원전 7,8세기께 도시국가로 출발한 사마르칸트는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도시였으며 14~15세기 중엽까지 중앙아시아와 아랍 일대에 대제국을 건설한 티무르 제국의 수도였다. 8세기 초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의 승려 혜초가 거쳐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우즈베크 도착 때 예정에 없이 공항 영접을 나왔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의 고향인 사마르칸트까지 날아와 유적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직접 설명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이 대통령은 "대단한 문명이 있었다" "그간 아시아를 너무 소홀히 했다"는 등의 감탄을 연발했다. 아프로시압 박물관에선 7세기 사마르칸트를 방문한 고구려 사신을 그린 벽화 등을 둘러보며 "과거 중앙아시아와 고구려 간 왕래가 있었던 증거"라며 관심을 표명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사마르칸트가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는데 이 대통령이 '21세기 신(新)실크로드' 구축 얘기를 하고 나서 주변 국가들이 서로 자기네가 중심지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자아냈다.
사마르칸트 · 아스타나=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