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금융 정책을 관할하는 금융위원회가 국제금융 정책 기능 확대에 나설 움직임이어서 기획재정부와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국제금융 정책 기능을 강화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국제금융 관련 파트 신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정책국 산하 글로벌금융과를 국 수준으로 확대키로 하고 국제금융을 총괄할 국제협력관(3급) 자리를 신설,곧 인사를 할 예정이다. 또 국제협력관 밑에 설치되는 국제금융팀 구성 작업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재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융위가 필요하다고 해서 조직을 만든다고 하니 대놓고 반대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국내금융은 금융위,국제금융은 재정부로 역할이 분담된 상황에서 금융위가 국제금융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선뜻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더구나 얼마 전 한은법 개정안의 임시국회 처리 과정에서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편 문제가 불거지면서 재정부와 금융위 간의 역할 분담이 논쟁거리로 비화된 적이 있어 이번 일이 자칫 외부에 영역 다툼으로 보일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신설되는 국제금융팀이 재정부의 업무 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제협력관은 말 그대로 관련 업무의 국제 교류를 위해 어느 부처에나 있는 조직"이라며 "지난달 직제 개편 과정에서도 재정부와 업무 영역에 대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협력관은 금융허브 육성과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됐던 금융안정위원회(FSB) 및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관련 업무를 맡게 된다"며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금융위가 나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재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재정부 산하에 G20을 총괄하는 기획단이 설치돼 있고 여기서 부처별 국제금융 협력 사업을 총괄하는데 굳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일을 놓고 향후 진행될 정부 금융시스템 개편 과정에서 재정부와 금융위 간에 본격적으로 벌어질 영역 다툼의 전초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금융위 일부에서는 차제에 재정부가 갖고 있는 국제금융 업무를 넘겨받아 국내외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부로 탈바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종태/이심기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