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 갇힌 두 청년, 족쇄같은 운명에 대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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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씨 '내 심장을 쏴라' 출간
"고통을 피하거나 돌아가기보다는,정면으로 상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장편소설 《내 심장을 쏴라》(은행나무)로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정유정씨(43 · 사진)는 12일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 시작된 소설"이라며 "정신병원 폐쇄병동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운명을 표현하는 데 딱 들어맞아 보였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은 정신분열증 환자 수명과 세상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승민,스물다섯 동갑내기 청년 둘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갇혔다가 탈출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수명은 어릴 때 받은 큰 충격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으로만 틀어박히는 인물이다. 수명과 정반대로 승민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한다.
패러글라이딩 조종사였던 그는 조금씩 시력을 잃어가면서 그토록 사랑하던 비행을 할 수 없게 된 데다 가족 사이 유산 싸움에 휘말려 반강제로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인물이니 당연한 일이다.
'세상에서 도망치는 병,자기한테서 도망치는 병'을 앓고 있던 수명은 승민과 만나 함께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면서 삶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제 빼앗기지 마,네 시간은 네 거야"라는 말을 건네고 놀라운 결단을 내린 승민을 보며,수명은 '인생의 표면을 떠돌던 유령에게 나라는 형상이 부여되었음을' 깨우치고 희망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된다.
간호대학 출신인 정씨는 학교 다닐 때 정신병원에서 실습한 경험과 광주의 정신병원 취재가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2007년 광주의 한 정신병원을 찾아 일주일 동안 환자들과 어울리면서 취재에 몰두한 끝에 얼개를 완성했다"면서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고,흡연실에서 담뱃불도 붙여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환자 중에는 시를 낭송해주는 사람도 있었고,정씨를 '엄마'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정신병원을 떠나는 날 정씨가 환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샀더니,그들은 답례로 돈을 모아 음료수와 오징어를 사서 조촐한 파티를 벌이고 '은하철도 999'를 부르면서 기차놀이를 하기도 했다고.이런 생생한 경험이 소설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정씨는 "병원 취재 결과를 통해 소설 속 조연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장편소설 《내 심장을 쏴라》(은행나무)로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정유정씨(43 · 사진)는 12일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 시작된 소설"이라며 "정신병원 폐쇄병동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운명을 표현하는 데 딱 들어맞아 보였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은 정신분열증 환자 수명과 세상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승민,스물다섯 동갑내기 청년 둘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갇혔다가 탈출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수명은 어릴 때 받은 큰 충격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으로만 틀어박히는 인물이다. 수명과 정반대로 승민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한다.
패러글라이딩 조종사였던 그는 조금씩 시력을 잃어가면서 그토록 사랑하던 비행을 할 수 없게 된 데다 가족 사이 유산 싸움에 휘말려 반강제로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인물이니 당연한 일이다.
'세상에서 도망치는 병,자기한테서 도망치는 병'을 앓고 있던 수명은 승민과 만나 함께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면서 삶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제 빼앗기지 마,네 시간은 네 거야"라는 말을 건네고 놀라운 결단을 내린 승민을 보며,수명은 '인생의 표면을 떠돌던 유령에게 나라는 형상이 부여되었음을' 깨우치고 희망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된다.
간호대학 출신인 정씨는 학교 다닐 때 정신병원에서 실습한 경험과 광주의 정신병원 취재가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2007년 광주의 한 정신병원을 찾아 일주일 동안 환자들과 어울리면서 취재에 몰두한 끝에 얼개를 완성했다"면서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고,흡연실에서 담뱃불도 붙여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환자 중에는 시를 낭송해주는 사람도 있었고,정씨를 '엄마'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정신병원을 떠나는 날 정씨가 환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샀더니,그들은 답례로 돈을 모아 음료수와 오징어를 사서 조촐한 파티를 벌이고 '은하철도 999'를 부르면서 기차놀이를 하기도 했다고.이런 생생한 경험이 소설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정씨는 "병원 취재 결과를 통해 소설 속 조연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