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는 최악(바닥)을 지난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업의 많은 내부 여유자금을 투자로 돌리고 내수 소비를 진작시킨다면 중국은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봅니다. "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인 판강 중국 국민경제연구소장은 12일 삼성증권이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삼성 글로벌 인베스터스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 경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판 소장은 "중국 국가 채무 규모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2%에 불과하고 외환보유액이 2조달러에 달하는 데다 순수 경기부양책 규모가 GDP의 3% 수준으로 충분해 과열 우려 없이 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에 따라 중국 경제성장률은 2분기에 7%를 넘을 수도 있다"면서 "올해 성장률은 7~8% 선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성장 배경으로 △총 요소생산성의 지속적인 향상 △낮은 노동비용 △도시화 추진 △규제 완화 등의 정책 효과를 꼽았다.

판 소장은 "중국 경제는 과거 호황기 때 긴축정책을 펴 현재 '거품'이 없다"면서 "이제는 소비 위축과 과잉 저축의 문제를 개선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중국의 총 저축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제 가계가 아니라 기업"이라며 "미국 시장의 침체를 감안하면 중국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지 말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판 소장은 "중국의 기업 대출이 정부 목표치인 5조위안을 넘어섰고 총통화(M2) 증가율도 25.5%로 이례적으로 높아 향후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대출 확대 정책을 단기간내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6일 발표한 1분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흔들림없이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판 소장은 중국에서 유명한 경제학자로 중국 정부는 물론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컨설턴트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이징대학과 중국사회과학원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중국개혁재단(CASS) 의장도 맡고 있다. 2005년에는 '포린폴러시' 등의 잡지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100명의 지식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