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KIKO) 통화파생상품'에 물린 기업들은 원 · 달러 환율이 1230~1240원대로 하락한 덕택에 손실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 계약 당시 원 · 달러 환율이 950원 안팎인 경우가 많았던 만큼 여전히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섰을 때에 비해선 그 규모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키코계약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계약업체 318개사,계약잔액 37억달러가 남은 상태다. 피해 규모는 실현손실과 평가손실을 더해 3조25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 말 517개사,79억달러에 비해선 상당히 줄어든 수치다.

은행들도 한시름을 놓고 있다. 태산LCD와의 키코 거래로 막대한 충당금을 쌓으면서 지난 1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하나은행의 경우 지금 환율이 유지될 경우 충당금 가운데 2000억원가량을 이익금으로 환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분기 말 현재 환율이 작년 말 환율보다 달러당 100원 이상 높아지면서 1분기 결산 때 약 2000억원을 추가로 충당금으로 적립했었다"며 "지금 환율이 작년 말 환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므로 이대로라면 추가 충당금을 모두 환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키코 거래 손실을 현 수준에서 확정짓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지금 환율 수준이라면 바닥은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무릎 정도는 되는 것 아니냐"며 "만기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계약에 대해 조기 결제를 해버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실제로 그런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만약 환율이 추가로 하락한다면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며 은행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조기 결제를 권유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