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금은 '보조금 경기'… 저가 매장만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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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경기부양책 힘입어 지난달 5년여만에 30%선 넘어
'소비' 비싼車·휴대폰 안팔려
'수출' 지난달 전월대비 2%↑ 전년 동기대비 22%↓ 6개월째 마이너스
'소비' 비싼車·휴대폰 안팔려
'수출' 지난달 전월대비 2%↑ 전년 동기대비 22%↓ 6개월째 마이너스
4월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가 급증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전월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개월 연속 내리막길인 데다 소비도 정부 주도의 정책성 소비가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경제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봄이 왔다고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2일 올 들어 4월까지 고정자산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30.5%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것으로,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30% 선을 넘어선 것은 200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투자 과열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 억제를 최대 정책과제로 삼았다.
수출은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4월 수출은 전월 대비로는 6.9%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22.6%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작년 11월 -2.2%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지난 2월 -25.7%까지 떨어졌으나 지난달 -17.1%로 낙폭을 줄였다. 하지만 4월에 다시 -22.6%를 기록,여전히 한겨울임을 보여줬다. 4월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0% 감소했다.
투자 과열,수출 불안 현상은 경기 회복 조짐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따른 '보조금 소비'의 성격이 짙다. 지난 11일 베이징 차오양구의 가전양판점 다중뎬즈.휴대폰 매장을 둘러보는 30여명의 손님들은 대부분 저가형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 520위안(약 10만4000원)짜리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자오씨는 "싼 것을 고른다고 골랐는데 이것도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베이징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화샹 중고차 시장.지난 7일 이곳의 아우디 매장에서는 잘 차려 입은 중년 남녀가 빨간색 2인승 차량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신차는 62만위안(1억2400만원)인데 이 차는 52만위안(1억400만원)"이라는 종업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로 돌아 값싼 중국산 토종 차량 매장으로 향했다. 판매 점원은 "자동차가 많이 팔린다고 하지만 소형차가 인기있을 뿐 비싼 차들은 예전처럼 손님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표로 본 중국의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 1~3일 노동절 연휴 기간 중 1000개 소매업체 판매는 120억위안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0% 늘어났다. 4월 자동차 판매대수는 25% 증가한 115만3000대로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판매 현장에서 "실제 좋아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중국삼성 박근희 사장은 "휴대폰 교체 수요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보조금 지급에 따라 값싼 저가품에만 수요가 몰린다는 얘기다. 서부 내륙 중소도시인 광시장족자치구 류저우시의 4월 자동차 판매가 전국 1위에 오른 것도 소비의 성장동력이 정부 보조금에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컨설팅 업체인 유민비즈의 노흥민 사장이 "중국의 경기가 회복됐다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고 진단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소비 증가→제조업 가동률 상승→고용 확대→소비 증가의 선순환 구조는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를 알 수 있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전력 사용량도 감소 추세다. 4월 전력 사용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3.5% 줄었다. 전달에도 3.55% 감소했다. 선전 한국상회 강희방 회장은 "전력 부족으로 선전의 주요 공단에는 최근 몇 년간 제한 송전이 시행됐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전기가 끊기지 않고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은행들의 신규 대출은 4월 5918억위안(112조4420억원)을 기록,올 들어 이미 지난해 전체 신규 대출 규모는 물론 올 정부 목표치 5조위안을 돌파했다. 4월 신규 대출이 3월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은 대출 여력이 줄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또 이날 발표된 중국 70개 주요 도시 4월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1.1% 하락해 전달에 비해 낙폭이 0.2%포인트 줄어들었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라 상승폭이 한 달 전에 비해 0.2%포인트 커졌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