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태균(27)의 부상 후유증이 심상치 않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4번 타자로 우리나라를 준우승에 올려놓은 김태균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 타자다.

그러나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는 5년 만에 붙박이 4번에서 밀려나 6번을 쳤다.

그 자리는 최근 한화에서 타격 감각이 가장 좋은 김태완이 꿰찼다.

물론 김인식 한화 감독이 김태균의 실력을 믿지 못해 6번 타자를 맡긴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나 "WBC 후유증 때문에 김태균이 안 맞는다고 얘기하는데 그럼 WBC에 가지도 않았는데 야구 못하는 선수들은 도대체 뭐냐. 태균이는 뇌진탕 후유증 때문에 그런 거지. 그전까지 얼마나 잘 쳤어"라며 일시적 부진이라고 말했다.

김태균은 지난달 26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홈에 쇄도하다 포수와 부딪히면서 뒤통수를 그라운드에 찧은 후로는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상 이전까지 타율 0.407에 홈런 5개로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이끌었다.

김 감독도 당시 "우리 투수들이 한 이닝에 1점씩만 주면 이길 수 있다"면서 김태균이 이끄는 한화 타선이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김태균은 부상 뒤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한화는 최근 6연패에 허덕였다.

김태균은 부상 이후 출장한 6경기에서는 23타수 2안타로 타율은 1할(0.087)도 안 되고 홈런은 한 개도 없다.

13일 6연패를 끊을 때도 김태균은 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과 파울 플라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결국 7회 수비 때 추승우로 교체됐다.

김태균이 4번타자에서 물러난 것은 부담감 없이 경기감각을 되찾도록 하는 김 감독의 배려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 김태균이 만약 한화를 떠나게 된다면 한화 타선을 책임질 선수는 김태완이다.

김태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날 투런 홈런을 2개나 몰아치며 10-1로 팀의 6연패를 끊는 수훈갑이 됐다.

김태균이 최고의 선수라고 하지만 김태완이 이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붙박이 4번 타자로 복귀한다는 장담을 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화 관계자는 "김태균이 '운동하는데도 근육이 잘 붙지 않는다'고 얘길 하더라며 누구보다도 선수 본인이 가장 답답할 것이다.

그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연패를 끊었다고 해서 김태균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한화가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 감독도 "김태균과 이범호가 빨리 컨디션을 되찾지 못하면 힘들다"면서 장기적인 전력 공백을 우려했다.

(대전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