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하나가 곡물시장에 불을 질렀다. 작성기관은 미국 농무성(USDA). 곡물 재고량을 추정한 대목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미국 농무성은 12일 발표한 ‘5월 정기 보고서’를 통해 옥수수 밀 콩 등 미국 주요 생산 곡물의 재고량이 예상보다 빨리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창고에 곡물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옥수수의 재고량은 올해와 내년 2년 동안 평균 11억 부셸로 낮아질 것이라고 농무성은 추정했다.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미국내 소비량의 8.75%에 불과하다.

농무성 관계자는 “곡물의 생산량은 주는 반면 경기 회복세 등으로 소비는 늘어나면서 재고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콩도 사정은 마찬가지. 콩 재고량은 미국내 소비의 2주치에 해당하는 1억3000만 부셸로 떨어졌다. 2004년 이후 5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발표가 나오자 곧바로 곡물 가격이 반응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옥수수 값은 넉달 만에 최고치인 부셸당 4.22달러로 뛰었다.설탕 값 역시 최근 3년래 가장 비싼 수준으로 뛰었고 밀 가격은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의 곡물 재고량이 이처럼 큰 파괴력을 갖는 이유는 그만큼 미국의 곡물 생산량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옥수수 수요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고, 콩 수요의 3분의 1을 수출하고 있다. 밀 시장의 점유율도 20%를 넘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곡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예년보다 일조량이 줄어 곡물 생산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며 “앞으로 2주 정도 비 오는 날이 지속될 경우 옥수수 등 곡물 생산량과 재고량은 현재의 예측치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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