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미국의 기성복 산업이 대량생산 체제로 들어서자 판매 촉진 활동의 일환으로 패션모델이 등장하는 패션쇼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이후 패션모델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많은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왔다.

톱 모델은 큰 인기와 부를 누리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대상이 되었다. 패션이 국제화・전문화해 가는 무한 경쟁 시대에 있어 패션 모델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 중에는 모델 출신들이 각광을 받고 있어, 지망생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지망생들을 위해 모델 출신으로 대덕대학 모델과 겸임교수이며 패션쇼 기획 및 연출가인 최수인이 <톱모델이 되는 길>을 펴냈다. 최 교수는 1989년부터 모델라인 전속으로 활발하게 모델 활동을 한 바 있으며 각종 패션쇼의 연출가 및 광고 디렉터로 1,000회 이상 공연했다.

미스 유니버시티 선발대회, SBS 한국슈퍼모델 선발대회 등 각종 대회의 교육 및 워킹 특강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한국모델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패션쇼에 서고, 쇼를 연출했으며 이제 톱 모델을 양성하려고 하는 그녀에게 모델, 패션쇼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톱 모델이 되는 길>이란 책을 내셨는데?

요즘엔 모델이 되고 싶어하는 지망자 많지만 모델에 관한 학문적인 정보는 미흡한 실정이죠. 모델 지망생들은 모델학원에 등록하거나 모델학과에 입학하지 않는 이상 모델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이 많아요. 제 경우에도 제자가 1,000명이 넘지만 모두 모델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굳이 아카데미를 다니지 않아도 에이전시 목록과 오디션 정보뿐만이 아닌 모델을 꿈꾸는 사람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들 담았어요. 기존의 모델 책과 다르게 실습적인 부분에 가장 큰 포커스를 맞춰서 혼자서 스스로 연습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어요.

모델이 된 동기는?

1988년도에 모델라인 소속으로 데뷔를 했어요. 제 키가 175cm인데 당시에는 저만큼 큰 사람이 없었고 권유를 받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는 모델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았고, 부모님들의 지원도 없었던 상황이었구요. 모델이 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모델로서 너무 행복했어요. 무대에 서는 게 성격적으로 체질적으로 잘 맞더라구요. 운도 좋아서 일이 없어서 못해본 적도 없었구요. 그 때는 지금만큼 경쟁이 세지도 않아서 자는 게 소원일 정도로 일이 많았어요.

보통 여성들이 모델의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날씬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모델들 중에 반은 체질인 것 같아요. 모델이 정말 하고 싶어서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사람은 30%정도구요. 물론 처음 모델을 시작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다이어트를 해야 해요. 식이요법이든 운동이든 체격 자체가 다듬어지지 않았잖아요. 프로가 되면 몸을 관리하는 건 기본이고,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굳이 다이어트를 안 해도 되는 모델도 많아요.

연출가로서도 많은 일을 하시는데, 모델과 어떻게 다른가요?

모델로 일할 때 더 행복했던 것 같아요. 모델은 자기만 생각하고 잘하면 되거든요. 하지만 연출은 기획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디자이너까지 만족시켜야 해요.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하는 점이 힘들죠. 이제는 연출가로서 예전에 내가 서고 싶다고 생각했던 무대들을 만들어 대리만족을 느껴요. 무대에 10년 넘게 섰던 경험이 연출가로서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해준 것 같아요.

하시는 일이 너무 많은데 건강 관리는 따로 하시는 게 있으세요?

건강에는 잘 먹는 게 최고인 거 같아요. 제가 정말 잘 먹거든요. 제 남편이 저랑 같이 먹다가 살이 10kg이나 더 쪘어요.(웃음) 저는 대신에 일 외에는 거의 집에 있어요. 일도 집에서 하고 남편이랑 남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게 아마 제 건강 비결인가 봐요.

후배 모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은 예전과 달리 너무 쉽게 모델이 된다고 생각해요. 국내 모델 대회뿐만 아니라 국제 대회도 많아서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아요. 그런데 방송에 나오는 신데렐라 같은 유명한 모델들은 사실 몇 안되고 대부분은 무명으로 살아요. 후배들이 꿈꾸는 혜진이 같은 경우도 5년 동안 무명으로 살고 못난이 모델이라는 취급도 참았고 힘든 일들도 많이 겪었어요. 지금의 좋은 모습 뒤에는 참기 힘든 어려움도 많은데 그걸 못 보는 지망생들이 많아요. 모델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패션 모델을 해서 방송을 하려는 아이들이 많은 게 아쉬워요. 모델을 그저 거쳐가는 단계로만 보니까요.

한국인이 세계적인 톱 모델이 되려면?

해외에는 길거리에서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길거리 캐스팅을 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러니 워킹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밖으로 나가서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우리나라 시장에서 아니라고 했는데 홍콩으로 놀러 갔다가 길거리 캐스팅이 되어 버스에 광고가 붙을 정도로 유명해진 모델도 있구요. 홍콩이든 대만이든 인터넷으로라도 지원하는 게 좋아요. 대만에서 DKNY같은 브랜드를 찍으면 거꾸로 해외로 진출하기도 쉽구요. 현장에서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무시를 많이 당하고 힘들어요. 무거운 포트폴리오를 들고 말도 안 통하는 상황에서 고생한 모델들도 많아요. 하지만 해외로 나가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네트워크를 배워오면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델이 매력적인 이유는?

모델의 매력은 하루살이라고 생각해요. 하루만 살다가 죽는다는 게 아니라 항상 새롭거든요. 무대가 항상 바뀌고, 옷은 모델을 위한 단 하나의 옷이죠. 같은 무대에 서더라도 조명과 음향에 따라서도 다른 감흥을 주거든요. 항상 새로움을 만끽하는 게 모델의 최고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일을 하시는 데 힘든 점은?

일을 하면서 힘들다고 느낀 적은 의외로 별로 없어요. 일하는 게 너무 즐겁거든요.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3개월을 주기로 계속 반복하는 거라 지겨울 수도 있죠. 하지만 항상 수강생들이 다르기 때문에 지겨운 줄도 몰라요. 힘든 게 있다면 학교가 대전에 위치한 것 정도에요. 또 학교에는 아카데미처럼 모델하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학생들이 오는 게 아니라서 섭섭할 때가 있거든요. ‘죽어도 하겠다’는 사람은 때려서라도 좋은 모델로 만들려고 하니깐요. 열정만큼 중요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에너지가 넘치시는데, 그 원동력은?

제 남편이에요. 내가 무대를 너무나 좋아하는 걸 잘 알거든요. 제가 일을 만들어서 하는 스타일이라서 집에도 일을 가져가니깐 아무래도 가정적인 데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는데 다 이해해줘요. 요즘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뜨는데 제 남편은 ‘외조의 왕’이에요(웃음).

한경닷컴 bnt뉴스 서예림 기자/사진 이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