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2일 "미 주택 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 컨퍼런스에 참석해 "우리는 마침내 바닥의 싹을 보기 시작했다"며 "재고 물량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가격이 더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경제 상황이 개선되는 추세여서 주택 가격이 추가로 5%가량 하락해도 미 경제가 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지만 더 떨어지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연체가 늘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가격은 미 경제를 좌우하는 아킬레스건이라는 설명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아직은 주택 시장의 바닥이 뚜렷하게 가격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타격이 심한 지역에서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NAR는 1분기 전국 기존주택 평균 가격이 16만9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8%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분기 하락폭은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NAR는 모기지를 제때 상환하지 않아 압류된 주택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전체적인 집값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NAR는 하지만 압류주택 이외의 정상적인 매물 가격은 안정적이어서 주택 시장이 조만간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