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맹목적 낙관보다 합리적 비관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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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
아직 뚜렷한 경기회복 신호 없어, 회복모멘텀은 수출과 투자증대
아직 뚜렷한 경기회복 신호 없어, 회복모멘텀은 수출과 투자증대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은 여전히 줄고 있고,투자 또한 아직 한겨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지만 위기의 한복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벌써 경기바닥을 말하면서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은 기이(奇異)하다. 그 기대감과 한꺼번에 풀어놓은 돈 탓에 주식 값이 오르고,강남 부동산에 잔뜩 낀 거품이 꺼지기는커녕 슬금슬금 거품을 더 키울 기세다. 정말 경기회복을 기대해도 좋은 것일까.
낙관론이든 비관론이든 지표를 떠나 얘기할 수 없으니 숫자부터 따져볼 일이다. 우선 대표적 거시지표인 GDP(국내총생산)가 지난 1분기에 전기대비 0.1% 성장했다. 미약하지만 마이너스 추세의 반전이라며 의미를 두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전년동기에 비하면 지난해 4분기(-3.4%)보다 더 후퇴한 -4.3%성장을 기록했다.
산업생산 수출 소비 투자 등 실물경기지표에도 희망과 비관이 교차한다. 지난해 같은 달,같은 분기에 비하면 계속 마이너스 행진이지만 전분기,전월보다는 좋아진 부분이 보이는 까닭이다. 4월 실업자 수가 지난달보다 1만8000명 줄었고,산업생산의 전월비 증가율이 1월 1.7%,2월 7.1%,3월 4.8%로 회복세를 보인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전년동기대비로 보면 1분기 산업생산이 15.5% 감소했고,무엇보다 이 기간 제조업 성장률은 -13.5%로 1970년 이후 최악이었다. 1분기 민간소비 또한 전년동기 대비 4.4% 줄었다. 제조업과 소비부진이 대규모 실업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이다.
올 들어 무역수지 흑자가 많이 늘었다. 고공행진을 지속한 환율로 인해 수출감소세가 둔화된 덕분이다. 그런데도 1~4월간 수출은 1053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2% 줄었고,수입은 958억4000만달러로 더 큰 폭인 33.6%나 감소했다. 자본재와 원자재 수입이 대폭 줄어든 것이고,이는 투자와 일자리가 축소되고 있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투자지표가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1분기 설비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22.1%나,전기에 비해서도 9.6% 감소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재정을 쏟아부은 탓에 그나마 공공부문 건설투자만 약간 늘었다.
경기논쟁은 이런 흐름을 국면전환의 신호로 보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낙관론자들은 이제 경기가 날개없는 추락을 멈추고 하강커브의 변곡점(變曲點)에 도달했다는 희망을 얘기하는 반면,비관론자들은 좋게 보아도 수직낙하 이후의 기술적 반등,일시적 호전에 불과하다는 데 더 무게를 둔다.
분명한 것은 수출과 투자가 늘어나지 않고는 결코 우리 경제의 회복을 말할 수 없고 반전(反轉)의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감소는 성장의 동력이 갈수록 소진되고 있다는 의미다. 수출 또한 앞으로가 가시밭 길이다. 더 이상 환율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이미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한 세계 각국이 불황돌파를 위해 더 내놓을 카드도 없어진 상태다. 우리 경제가 자칫 더블딥(double-dip)의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기회복론이 아직은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나친 비관론만 경제의 독(毒)이 아니라 섣부른 낙관론도 위험하기 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가 빠르게 위기를 탈출할 것이라는 믿음이 맹신(盲信)에 빠져 눈앞의 현실을 보지 못한다면 희망은 오히려 절망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설령 우리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해도 여전히 바닥일 뿐이고,추락 이전으로 되돌아 가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짐작 조차 어렵다. 그래서 지금은 맹목적 낙관보다는 합리적 비관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더 깊은 침체가 다가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낙관론이든 비관론이든 지표를 떠나 얘기할 수 없으니 숫자부터 따져볼 일이다. 우선 대표적 거시지표인 GDP(국내총생산)가 지난 1분기에 전기대비 0.1% 성장했다. 미약하지만 마이너스 추세의 반전이라며 의미를 두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전년동기에 비하면 지난해 4분기(-3.4%)보다 더 후퇴한 -4.3%성장을 기록했다.
산업생산 수출 소비 투자 등 실물경기지표에도 희망과 비관이 교차한다. 지난해 같은 달,같은 분기에 비하면 계속 마이너스 행진이지만 전분기,전월보다는 좋아진 부분이 보이는 까닭이다. 4월 실업자 수가 지난달보다 1만8000명 줄었고,산업생산의 전월비 증가율이 1월 1.7%,2월 7.1%,3월 4.8%로 회복세를 보인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전년동기대비로 보면 1분기 산업생산이 15.5% 감소했고,무엇보다 이 기간 제조업 성장률은 -13.5%로 1970년 이후 최악이었다. 1분기 민간소비 또한 전년동기 대비 4.4% 줄었다. 제조업과 소비부진이 대규모 실업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이다.
올 들어 무역수지 흑자가 많이 늘었다. 고공행진을 지속한 환율로 인해 수출감소세가 둔화된 덕분이다. 그런데도 1~4월간 수출은 1053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2% 줄었고,수입은 958억4000만달러로 더 큰 폭인 33.6%나 감소했다. 자본재와 원자재 수입이 대폭 줄어든 것이고,이는 투자와 일자리가 축소되고 있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투자지표가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1분기 설비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22.1%나,전기에 비해서도 9.6% 감소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재정을 쏟아부은 탓에 그나마 공공부문 건설투자만 약간 늘었다.
경기논쟁은 이런 흐름을 국면전환의 신호로 보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낙관론자들은 이제 경기가 날개없는 추락을 멈추고 하강커브의 변곡점(變曲點)에 도달했다는 희망을 얘기하는 반면,비관론자들은 좋게 보아도 수직낙하 이후의 기술적 반등,일시적 호전에 불과하다는 데 더 무게를 둔다.
분명한 것은 수출과 투자가 늘어나지 않고는 결코 우리 경제의 회복을 말할 수 없고 반전(反轉)의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감소는 성장의 동력이 갈수록 소진되고 있다는 의미다. 수출 또한 앞으로가 가시밭 길이다. 더 이상 환율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이미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한 세계 각국이 불황돌파를 위해 더 내놓을 카드도 없어진 상태다. 우리 경제가 자칫 더블딥(double-dip)의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기회복론이 아직은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나친 비관론만 경제의 독(毒)이 아니라 섣부른 낙관론도 위험하기 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가 빠르게 위기를 탈출할 것이라는 믿음이 맹신(盲信)에 빠져 눈앞의 현실을 보지 못한다면 희망은 오히려 절망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설령 우리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해도 여전히 바닥일 뿐이고,추락 이전으로 되돌아 가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짐작 조차 어렵다. 그래서 지금은 맹목적 낙관보다는 합리적 비관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더 깊은 침체가 다가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