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씨가 13일 진보 진영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 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순방을 동행하고 있는 황씨는 이날 카자흐 수도 아스타나에서 기자들을 만나 진보 세력에 대한 비판 및 현 정부에 대한 평가 등을 가감 없이 내놨다. 이는 그가 진보 진영의 대표적 논객이란 점에서 의외라는 지적이다.

황씨는 일단 자신을 중도론자로 규정한 뒤 핀란드 국적 여성'따루'씨의 방송 코멘트를 실례로 들었다. 그는 "핀란드 여자가 '한국의 좌파는 우리나라의 보수 같아요'라고 얘기했다. 지난 정권을 좌파 정권이라고 하는데 이라크 파병,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의 정책을 봤을 때 그게 어디 좌파 정권인가"라고 반문했다. 좌파 정권이라고 하지만 실제 그에 걸맞은 정책을 펴 나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의 진보 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도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까지는 못 나가고 그저 노동조합 정도에서 멈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독재 타도나 민주화 운동이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이런 관행이 선거할 때 (보혁)진영 간 싸움처럼 되고 줄세우기를 하는 등 소모가 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용산 참사와 관련,"현 정부의 실책이라고 본다"면서도 "해외에 나가 살면서 나는 광주 사태가 우리에게만 있는 줄 알았다. 1970년대 영국 대처 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진보 측으로부터) 욕 먹을 각오가 돼 있다"며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 이유로 그는 "미국이나 유럽의 좌파가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위에서 파이를 키워서 부스러기를 나눠 줘 하부 구조를 이렇게 하겠다고 한 게 보수라면,진보는 분배와 평등이고 더 내놓으라는 것인데 전 세계가 비정규직,청년 실업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고전적 이론틀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내년 상반기까지 대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 정부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내년 상반기까지가 고비"라고 전망했다. 이명박 정부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해 황씨는 "일각에서 현 정권을 보수 우익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대통령이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는 봤다"고 말했다.

황씨는 "정치를 모범생만 할 수 있겠느냐"며 "앞으로 권력이 사회단체 등으로 분담되고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얌전하고 모범적인 사람이 나와서 해야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야간 출신이 정치를 더 잘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황씨는 이 대통령과 가끔 만난다고 덧붙였다.

아스타나(카자흐스탄)=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