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서면 기업 채산성이 상당폭 악화될 수 있다"며 "2분기 이후 기업 부도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로 열린 수요정책포럼에서 "지난 1분기에는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에 도움을 줬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작년 9~10월에 시작된 경제위기가 올해 2분기로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보유한 여유자금이 거의 바닥날 때가 된 것 같다"며 "경기 하락에 따른 매출부진,수출감소로 인해 재무구조와 수익성 악화로 기업 부도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자금지원 및 환율효과 등에 힘입어 유지했던 한계기업들이 더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란 예측이다. 이에 따라 그는 "건설업,조선업,해운업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들도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최근 외환시장과 관련,"외국환평형기금채권 30억달러 발행 성공 등으로 환율이 조정을 받는 측면이 있지만 GM파산 가능성,동유럽의 지급불능 사태 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율 하락기에 외환보유액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외환보유액은 충분한 수준이며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적 의미에서 외환보유액은 3개월치 경상수입대금(900억달러)이나 1년 미만 단기외채 도래분(1500억달러)을 충당할 정도면 된다"며 "외환보유액을 쌓는 만큼 원화를 풀어야 하고 그럴 경우 통화량이 늘어 인플레 압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경기바닥론에 대해선 "경기하강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하강이 지속되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이어 "민간부문의 자생적 회복 능력이 나타날 때까지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노동 유연성 추진과 관련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없이는 우리 경제가 업그레이드될 수 없다"며 "기업과 근로자 특성을 감안해 해고조건을 더욱 유연하게 하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노사정을 통해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