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에 있는 160만달러짜리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계약금으로 45만달러를 지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돈을 포함해 100만달러 용처에 대한 전면 재소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권양숙 여사를 이번 주 안으로 비공개 소환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 측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권 여사에 대한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기존 600만달러 외에 40만달러 등을 추가해 이르면 다음 주 중 노 전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 측 진술 '뒤죽박죽'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007년 9월 송금한 40만달러를 감안할 때 노 전 대통령 측은 소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이 개인 빚을 갚는 데 썼다는 40만달러를 검찰이 추가로 밝혀낸 40만달러라고 입장을 바꾸면서 진술이 뒤죽박죽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정연씨는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45만달러 관련 계약서를 파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현재 당시 미국 부동산업자와 접촉해 계약서 원본을 확보 중이다. 검찰은 정연씨 측이 주택 매입비용 160만달러 중 45만달러만 지불하고 나머지 잔금은 치르지 못한 채 계약이 보류된 상황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이 사실이 맞는지,나머지 115만달러 역시 권양숙 여사로부터 넘겨받아 변제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100만달러를 포함해 권 여사가 아들과 딸에게 별도로 보낸 10만~20만달러가 45만달러와 함께 모두 주택구입비용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검에 소환됐을 때 2006년 9월 회갑 당시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1억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와 관련한 신문에 "아내가 버렸다. 어디에 버렸는지 잘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측 신빙성 갈수록 없어져

노 전 대통령 측은 40만달러가 100만달러의 일부라는 입장을 여전히 유지했다. 문재인 변호사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검찰에서 100만달러를 전액 국내에서 전달한 것처럼 진술해버렸기 때문에 권 여사도 해외 송금 부분을 먼저 말할 수 없는 처지였고 해외송금 건에는 딸이 관련돼 있어서 앞서서 밝히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100만달러의 용처에 대한 입장을 계속 번복함에 따라 진술의 신빙성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역시 노 전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해 "굉장히 비정상적인 얘기"라며 상세한 설명을 들어 반박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 측의 급한 요구를 받고 3일 만에 차명과 도명을 포함,130명을 동원해 100만달러를 급하게 환전했다. 이 돈은 2007년 6월28일 청와대로 전달됐고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직접 돈을 세어본 뒤 두 개의 박스에 담아 관저로 전달했는데 이 중 40만달러를 빼놨다는 정황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100만달러와 별개로 40만달러를 따로 요구했다는 정 전 비서관의 진술까지 받아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자금거래인들을 이날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번 주 안으로 천 회장 관련 압수물 분석을 마치고 다음 주 천 회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