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소설 '천사와 악마'가 '다빈치코드'에 이어 영화로 제작돼 14일 개봉됐다.

이 작품은 '다빈치코드'에서처럼 톰 행크스가 주연하고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서구 종교계의 숨겨진 기호와 역사를 들춰낸다.

그러나 예수의 자손이 현존한다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논란을 빚었던 '다빈치코드'에 비해 온건한 설정이어서 종교계 반발이 크게 줄어든 게 특징.500년 전 가톨릭 교단에 탄압받은 과학자들의 복수극을 무난한 오락영화로 풀어냈기 때문.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한 이 영화는 추리 자체보다는 바티칸과 이탈리아에 있는 종교 예술품을 보여주는 비주얼적 요소가 풍성하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비토리아 박사(아예렛 주어)는 빅뱅 실험을 통해 강력한 에너지원인 반물질을 개발하지만 누군가에게 탈취당하고 동료도 살해당한다. 비슷한 시각,하버드대 종교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교황청으로부터 부름을 받는다.

과학자들의 비밀결사체인 '일루미나티'가 신임 교황을 선출하는 의식인 콘클라베를 앞두고 유력한 교황 후보 네 명을 납치한 뒤 한 시간에 한 명씩 죽이고 마지막에는 반물질로 바티칸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해왔기 때문.일루미나티 회원이던 갈릴레오와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해 가톨릭 교단으로부터 탄압받은 뒤 수면 아래로 숨었던 일루미나티가 500년 만에 복수를 시도하는 것이다.

랭던 교수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대립적인 이미지들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빛과 어둠,천사와 악마,종교와 과학의 대결이 그것.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선악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천사처럼 보이던 신부가 마성을 드러내고,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형상을 한 신부가 불길에 화형을 당하기도 한다. 또한 과학자들의 악행은 교단의 요청을 받은 다른 과학자(랭던 교수와 비토리아 박사)들에 의해 만천하에 드러난다. 이 같은 구성은 과학과 종교가 힘을 합칠 때 상생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 교황이 '누가'로 명명되는 장면도 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성경에 등장하는 '누가'는 과학과 종교가 합치된 의사였다.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