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11위에 올랐던 한국의 경제 규모가 올해 세계 16위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인구와 자원이 많은 브릭스 국가의 성장에 밀려 세계 10위권 근처로 도약하는 것은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세계은행의 '세계개발지수 2009'를 토대로 '세계 속의 한국경제'라는 자료를 작성해 14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 기준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규모가 9698억달러로 비교 대상 188개국 가운데 14위를 차지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8%였다.

한국의 이 같은 순위는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할 무렵과 비교하면 3계단이나 하락한 것이다. 한국은 2000년과 2001년 12위에서 2002년 11위로 상승하면서 세계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신용카드 대란의 여파로 2004년 다시 12위로 미끄러졌으며 2005년엔 13위,2006년엔 14위로 주저앉았다.

한은은 한국이 매년 5% 안팎의 성장률을 이어오는 동안 자원 부국이자 인구 대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이 높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나타내면서 한국의 순위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인도 9.1%,러시아 8.1%,브라질 5.4% 등이었다.

순위를 보면 브라질의 경우 2004년까지 13위였으나 2007년엔 10위까지 올랐다. 러시아 역시 경제 위기가 끝날 무렵인 2000년엔 18위였으나 2001년 16위,2005년 14위에 이어 2007년엔 11위로 도약했다. 인도 역시 2000년 13위에서 2007년 12위로 올라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공표한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경제규모 순위가 지난해 15위로 한 계단 더 하락했으며 올해엔 16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로 표시한 명목 GDP 규모 예상치는 2008년 9470억달러로 줄었고 올해엔 7271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16위로 하락하는 동안 멕시코 호주 네덜란드 등 줄곧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았던 국가들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한은은 이러한 전망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IMF 전망의 기초는 원 · 달러환율을 1500원대로 계산한 것 같다"며 "하지만 최근 환율이 1300원 아래로 떨어진 데다 향후 추가 하락 전망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달러 표시 GDP 규모는 크게 늘어나고 순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4년까지 6위였으나 2005년엔 프랑스를 제치고 5위,2006년엔 영국을 제치고 4위까지 올랐다. 2007년엔 세계은행의 잠정치 기준으로 4위였으나 IMF의 확정치 기준으론 3위로 올라섰다. IMF는 중국이 일본보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시점이 내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0년 중국의 경제 규모는 5조3027억달러,일본은 4조7247억달러로 관측됐다.

한편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2007년 1만9730달러로 48위였다. 이는 아시아의 주요 경쟁국인 대만(1만7299달러)보다는 높지만 싱가포르(3만2340달러) 홍콩(3만1560달러) 등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