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어려운 시기에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을 소개한다.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을 통해 크루그먼은 대중 국제주의자들에 의해 여론과 정책이 좌우되고,이 때문에 자유무역이 심각한 위기에 처한 현실을 경고한다. 또한 대중 국제주의자들의 논리가 얼마나 왜곡되고 과장됐는지를 이론과 실증 자료를 근거로 명백히 밝히면서 국제무역이 '제로섬'이 아니라 '포지티브섬' 게임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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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이 1990년대 중반 권위 있는 학술잡지 등에 발표한 13개의 글을 모은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제로섬의 세계'에서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일부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특혜로만 연결되고 전체 국민경제나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효과가 없음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는 기업처럼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며 일방적인 승자도 패자도 존재할 수 없음을 고전경제학의 무역이론을 들어 상세히 설명한다.

2부 '경제이론,선과 악'에서는 제조업에서의 고용 감소와 실질임금의 정체 또는 하락 원인을 저임금 국가로부터의 공산품 수입에서 찾는 기업인 등의 태도를 반박한다. 저자는 이 같은 원인이 국제적 문제보다 대내적 문제,즉 노동생산성 변화 등의 요인 때문에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3부 '새로 등장하는 세계'에서는 NAFTA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평가가 너무 과장돼 있다고 주장한다. NAFTA의 효과는 경제적 측면보다는 오히려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아시아의 호랑이(Asian Tiger)'라고 칭송받던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4부 '기술과 사회'는 국제무역에 대한 비판적 공격에 대해 반격을 가하는 내용이다. 즉 미국의 산업 위축,임금 불균형이나 유럽의 실업 증가 등 선진국 문제점의 원인을 개발도상국과의 교역에서 찾는 것은 잘못이며,오히려 선진국의 산업구조 변화와 기술 발전 둔화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 1894년의 시카고와 1994년의 로스앤젤레스를 비교하여 세계경제가 지역화하면서 침체 상태로 접어드는 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책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처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도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 과정에서 보호주의 경향을 보이는 것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크루그먼의 논리는 경제 회복을 위한 일부 대표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집중을 경계해야 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궁극적으로 현재의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교육 기회 확대,연구개발(R&D) 투자 증대 등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