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은 지난 12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전에서 올 시즌 세 번째로 3안타를 때렸다.

이날 맹타를 휘두른 것보다 1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게 그에게 더 의미가 깊다.

35일 만에 중심 타선에 복귀한 데다 상대 선발이 좌완투수임에도 당당히 타석에 섰기 때문.지난 14일에도 1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장,4타수 2안타를 뽑았다. 좌타자 이승엽은 그동안 하라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에 묶여 가슴앓이를 했지만 최근 활약 덕분에 사실상 플래툰 시스템의 족쇄를 풀었다는 평가다.

'플래툰 시스템'(platoon system)은 한 포지션에 두 명의 선수를 두고 번갈아 가며 기용하는 것을 말한다. 플래툰은 '보병소대'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로,여러 명의 소총수를 활용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에서 착안한 용어다. 1949년부터 1960년까지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를 7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케이스 스텡걸 감독이 처음으로 활용한 선수 운용 방법.상대팀에서 좌완 투수가 선발 등판하면 좌완투수에 약한 좌타자 대신 우타자가 출전하고 우완 투수의 경우는 반대다.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최희섭(기아 타이거즈)은 메이저리그에서 플래툰 시스템으로 운명이 갈렸다. 두 선수 모두 좌완 투수가 나오면 선발에서 제외되곤 했지만 추신수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반면 최희섭은 국내로 돌아와 대조를 이룬다.

최희섭은 2005년 플래툰 시스템 탓에 경기 감각을 유지하지 못한 채 좌완투수를 상대로 2할7리,우완투수는 2할5푼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추신수도 지난해 5월 팔꿈치 수술 복귀 초기 좌완투수가 나오면 더그아웃 신세를 졌다. 하지만 타격 연습을 지속한 끝에 9월에는 타율이 4할을 넘기고 홈런 5개,24타점을 기록,'이달의 선수'에 선정됐다.

한국프로야구에서 플래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도자는 김성근 SK 감독이다. '데이터 야구'를 신봉하는 그는 2006년 팀을 맡은 이후 주전과 후보 사이에도 무한경쟁을 도입했다. 2년 연속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데는 플래툰 시스템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김주완/김진수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