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신임 대표에 하토야마 유키오 간사장(62)이 선출됐다. 이에 따라 오는 8월께 치러질 가능성이 큰 중의원 선거에선 자민당의 아소 다로 총리와 하토야마 대표가 정권을 놓고 맞붙게 됐다.

민주당이 지난 16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정치자금 문제로 최근 사임한 오자와 이치로 대표 후임 투표를 실시한 결과 하토야마 간사장이 오카다 가쓰야 부대표(55)를 29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전체 221명의 민주당 소속 의원(중의원 112명,참의원 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투표에서 유효표 가운데 하토야마 간사장이 과반이 넘는 124표를 얻었다.

하토야마 대표는 1993년 자민당 분열 때 탈당해 비(非)자민 호소카와 내각에서 관방부 장관을 역임했고,1996년 간 나오토 현 대표대행과 민주당을 창당한 뒤 대표와 간사장 등을 지냈다. 세습의원 4세인 그는 조부가 지금의 자민당을 만든 하토야마 이치로 전 총리이고,부친은 하토야마 이이치로 전 외상이다.

도쿄대 공대를 졸업한 그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센슈대 조교수로 학자의 길을 걷던 중 1986년 중의원 선거에 뛰어들어 7선에 성공했다.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격돌할 하토야마 대표와 아소 다로 총리(자민당 총재) 간 '묘한 인연'도 화제다. 아소 총리는 태평양전쟁 후 일본의 첫 총리인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로 두 사람 모두 할아버지가 총리였다. 재미있는 건 아소 총리와 하토야마 대표의 조부들도 정치적 라이벌이었다는 점.1946년 하토야마씨가 총재였던 자유당은 중의원 선거에서 제1당이 됐지만,그는 반미 이력을 문제삼은 미군정에 의해 공직에서 추방돼 총리에 오르지 못했다. 그 자리를 물려받은 게 요시다씨로 그는 1953년까지 총리를 맡았다. 이후 공직 추방에서 해제된 하토야마씨는 1954년 자유당 내 요시다 반대세력을 규합해 민주당을 결성하고,그해 말 총리가 됐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