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글라스락 150㎖ 너무 작아요. 좀 더 크면 우리 아이 이유식 용기로 딱일텐데!"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30일 친환경 이유식 용기 '글라스락'을 150㎖에서 180㎖로 크기를 키워 방송 판매했다. 종전 크기는 이유식 한 끼 분으로는 많고 두 끼 분으로는 작다는 어머니의 불만사항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사례2. "계량기를 따로 사용하기가 번거로워요. 냄비 자체에 계량 수치를 넣어주세요." 올해 1월 롯데홈쇼핑에서 론칭한 주방기기 '엘쿡 스테인리스 냄비'는 500여명 주부고객의 의견으로 만들어졌다. 냄비에 요리할 때마다 계량기를 따로 사용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고객들의 고충을 반영, 솥 내부에 계량 표시를 새겼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대박상품이 나오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제품에 대한 요구사항을 신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시하는 '프로슈머(Prosumer)'형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슈머들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제시, 상품기획자의 최초 기획 의도를 뒤집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프로슈머의 요구사항을 반영시킨 제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은 고객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홈쇼핑 업계 '고객 평가단'에 사활
홈쇼핑 업체들은 '고객 평가단'을 운영, 각 회사의 판매 상품에 대한 평가와 주문 상담, 배송, 교환, 환불 등 서비스 전반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18일 GS홈쇼핑에 따르면 이 회사는 'NPD(New Product Development)'라는 신상품 선정 과정 제도를 운영, 상품 선정 작업과 실제 방송 진행에 이르는 중요 과정에 고객을 참여시키고 있다.

매월 1~2회 고객 20~30명을 초청해 신상품에 대한 고객의 의견을 듣고 평가 작업을 벌인다. GS홈쇼핑은 여기서 도출된 고객 평가를 토대로 각종 마케팅 분석 자료와 함께 최종 방송 상품을 결정한다.

이밖에 지난 1996년부터 30~50대 주부로 구성된 고객모니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H몰도 화장품과 미용기기를 무료로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단 모집 카페 '뷰티인사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뷰티 테스터'로 선정된 H몰 회원들이 해당 제품을 무료로 체험해보고 사용후기를 남기는 방식이다.

상품기획자들은 뷰티 테스터가 올린 체험 후기를 꼼꼼히 분석,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보완점을 찾아내 상품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역시 지난 2005년부터 매해 약 400명 규모의 고객평가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CJ오쇼핑도 2004년부터 '심미안(審美眼)'이라는 소비자 상품 평가단을 3개월에 한 차례씩 선발, 운영해오고 있다.

이들 고객평가단에 선발되면 각종 홈쇼핑 각종 행사에 초대되기도 하며, 매월 일정 금액이 활동 금액도 지급되기 때문에 주부들에게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심미안의 경우, 경쟁률이 5:1이 될 정도다.

◆프로슈머 효과 얼마나 크나
충성도 높은 단골고객들로 구성된 고객 평가단은 신제품 개발이나 신시장 진출 등에 따른 비용 및 위험을 줄여주고 있다.

지난달 16일 롯데홈쇼핑에서 방송한 '화숙리 란제리'는 분당 135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OO의 아내, OO의 엄마로 살아가지만 나도 때론 여자이고 싶다"는 기혼여성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디자인의 속옷으로 50대 주부들까지 TV 앞으로 불러 모은 것이다.

GS홈쇼핑은 "기껏해야 생선 한 두마리 굽는데 오븐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청소하기도 불편하다"는 NPD의 의견을 반영해 소형 전기오븐 '키센'(KISSEN)을 출시했다. 또 키센 블로그에 올라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꾸준히 상품을 보완해 최근 방송까지 15만대를 판매했다.

현대홈쇼핑이 선보이고 있는 색조화장품 '리히트'는 고객 체험단의 의견을 수렴해 상품 패키지를 변화시킨 후 '리히트 시즌2' 첫 방송에서 1800여 세트를 판매했다. 화장품 용기가 비슷해 순서를 기억하기 쉽지 않다는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반영, 화장품을 사용 순서대로 세워서 보관할 수 있는 거치대를 함께 증정한 것이다.

이밖에 상품 구매시 사은품을 2~4개 이상으로 선택의 폭을 넓힌 '사은품 옵션 마케팅'도 홈쇼핑 프로슈머들에게서 나온 아이디어다.

롯데홈쇼핑 영업전략팀 김종영 팀장은 "홈쇼핑 업계가 상품기획자의 성역이던 제품 선택 과정에도 고객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며 프로슈머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에는 전문가 못지 않게 제품에 대한 확실한 자기 의견을 내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이들 의견이 많이 반영된 상품일수록 실제로 판매실적도 높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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