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영(21)이 생애 두 번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작년 7월 스테이트팜 클래식 우승 이후 10개월 만이다.
오지영은 18일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 어퍼 몬트클레어 골프장(파72·6413야드)에서 열린 사이베이스 클래식 마지막날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두 타를 줄이며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을 4타 차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우승상금은 30만달러. 올 들어 한국 여자선수가 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1988년생 동갑내기 신지애가 지난 3월 HSBC위민스챔피언스에서 우승컵을 따낸 이후 두 번째다.

오지영은 이날 9번홀(파4)에서 위기를 맞았다. 세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린 밖에서 퍼터로 친 네번째 샷이 홀컵에 빨려 들어가며 한숨을 돌렸다. 10번홀(파4)에서 4라운드 두 번째 보기를 범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더 이상의 보기는 없었다.

오지영의 침착한 플레이에 4라운드 공동 선두로 출발했던 페테르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페테르센은 12번홀(파4)에서 파 퍼트를 놓친 데 이어 17번홀(파3)과 18번홀(파5)에서 잇따라 한 타씩을 잃어 우승컵에서 멀어졌다.

한편 위성미(20)는 8언더파 280타로 폴라 크리머(미국)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라 시즌 개막 전 SBS오픈 준우승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김인경(21)은 5위(7언더파 281타), 박희영(22)은 공동 6위(6언더파 282타)를 차지해 한국 및 한국계 선수 4명이 톱10에 진입했다. 신지애는 허미정(20)과 함께 공동 13위(3언더파 285타)로 대회를 마쳤고 4년 연속 우승을 노렸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김송희(21) 등과 함께 공동 19위(1언더파 287타)에 머물렀다.

◆오지영은 누구?
오지영은 1988년생으로 신지애 박인비 김인경 김송희 등과 동갑이다. 그 유명한 ‘88년 용띠 자매’의 일원이다. ‘박세리 키드’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1998년 박세리가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장면이 골프를 시작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그해 초등학교 4학년이던 오지영은 골프광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처음 갔다. IMF 외환위기 이후 가세가 기울긴 했지만 골프에 대한 ‘오씨 집안’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딸의 골프 비용을 대기 위해 어머니가 가사 도우미로 나서기까지 했다고 한다.

오지영은 실력으로 보답했다. 골프를 배운 지 4년 만에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다. 2006년엔 미국으로 건너갔다. IMG골프아카데미에서 스윙을 가다듬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던 오지영은 골프채를 자건거에 싣고 골프장을 오갔다. 훈련은 누구보다 독하게 했다. 샌드웨지를 바꾼지 2개월만에 다 닳아 못쓰게 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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