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주가에 사실상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피츠버그대 연구팀 등의 연구 결과를 인용,월가 애널리스트가 내놓는 '매수' 또는 '매도' 의견이 주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8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오야 알틴킬리스 피츠버그대 교수와 로버트 한센 툴레인대 교수가 1997년부터 2003년 사이에 애널리스트들이 낸 4만4000건의 투자의견을 분석한 결과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0.03%에 불과했다.

종전에는 애널리스트들이 특정 기업에 대한 의견을 바꿀 경우 주가가 최대 4%까지 변동할 수 있다는 게 통설이었다.

알틴킬리스와 한센 두 교수는 기업 관련 뉴스 등 외부 요인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의견을 내기 전후 20분간의 주가 흐름을 집중 분석했다.

이들은 과거 연구에서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이 주가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가 다른 기업 관련 뉴스의 영향력에 무임승차했던 착시효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의 80%는 실적발표 같은 결정적인 변수가 나온 직후 투자의견을 바꿨다. 이는 일반투자자들이 실적발표를 보고 매도 또는 매수 시점을 판단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행동이었다.

결국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에는 의미있는 정보가 들어있지 않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이에 대해 한센 교수는 "연구 결과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은 투자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어떤 가치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이 시장을 주도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FT는 이 같은 애널리스트 무용론은 금융회사들의 애널리스트 대규모 정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