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찰스 프린스 "문어발식 투자은행 시대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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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영역 특화 덩치 줄여야 생존"
"지금까지 투자은행들은 트레이딩,자본 형성,기업 컨설팅 등 다양한 기능을 했지만 앞으로 그런 사업 방식으로 살아남는 곳은 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대신 특정 사업 영역에 집중하는 투자은행들이 많아질 겁니다. "
컨퍼런스에서 '투자은행의 모델'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찰스 프린스 전 씨티그룹 회장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투자은행의 모델을 이렇게 예상했다. 그동안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문어발식 투자은행 모델'은 경제위기를 계기로 힘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다. 프린스 전 회장은 "곳곳에서 위기를 탈피할 것이란 희망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의 회복세가 어느 나라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과 같은 미국 투자은행들이 무너진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번 금융위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극적이다. 세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를 일으켰으리라고 생각되는 원인들을 꼽아본다면 지속 불가능한 글로벌 불균형 상태와 (각국 정부의) 이자율을 높이는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금융상품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이에 맞는 규제를 만드는 것은 간과했다는 점,주택 담보대출(모기지)의 확대에 대해 은행 관계자들과 위험관리 전문가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
▷씨티그룹의 CEO로서 이 같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예상했는지.
"씨티그룹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은행 관계자나 위험관리 전문가,신용도 평가회사,당국의 규제담당자들을 포함해 대부분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번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
▷미국 투자은행(IB) 모델의 붕괴로 인해 새로운 IB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어떤 형태의 IB가 앞으로 나타나리라고 보는가.
"지금까지 투자은행들은 트레이딩,자본 형성,컨설팅(advisory services)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대형 상업은행들도 이 같은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미국의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은 서로 다른 규제 구조 아래 있었다. 전통적인 미국 투자은행 중 대다수는 지금 사라졌다. 나머지는 상업은행 쪽으로 전환했다. 확신할 수는 없으나,앞으로 복합적인 기능을 갖고 살아남을 은행은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수는 그동안 해왔던 사업 영역 중 한 가지,예컨대 컨설팅 부문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덩치를 줄일 것이다. "
▷지금 한국에서는 새로운 투자은행들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 대해 조언할 점은.
"제3자로서 한국 금융회사 관계자들에게 일반적인 충고 이상을 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충고를 한다면,국제 자본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혜택이 따른다. 비록 경제위기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
▷미국 투자은행들은 이번 금융위기를 야기한 장본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데.
"투자은행의 규제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성찰이 이뤄지고 규제가 보다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될 것이고,그렇게 돼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모기지 제도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규제 개선이 또 다른 금융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
▷일부에서는 글로벌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그런 판단을 내리기엔 너무 이른 것 같다. 본격적인 회복 시기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희망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 각국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집행하는 정책들은 긍정적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들에 대해 월 스트리트의 시각은 어떤가.
"미국 정부의 노력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대통령의 노력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본다. "
▷경제 위기로 인해 미국이 쥐고 있던 헤게모니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이전에 비해 보다 강력한 파워를 갖고 또 다른 균형을 형성하게 되리라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믿음이 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 같은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여건도 형성돼 있다. 그렇지만 미국 금융시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미국 금융시장이 갖고 있는 절대적인 크기와 깊이,유동성이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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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프린스는‥
1975년 US스틸 담당 변호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79년 씨티그룹의 전신인 커머셜 크레디트에서 근무한 것을 시작으로 씨티그룹 최고행정책임자,최고운영책임자,최고경영자를 거쳐 2006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이 시작된 2007년 12월 주택저당증권(MBS)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투자 컨설팅 업체인 스톤브리지 인터내셔널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컨퍼런스에서 '투자은행의 모델'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찰스 프린스 전 씨티그룹 회장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투자은행의 모델을 이렇게 예상했다. 그동안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문어발식 투자은행 모델'은 경제위기를 계기로 힘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다. 프린스 전 회장은 "곳곳에서 위기를 탈피할 것이란 희망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의 회복세가 어느 나라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과 같은 미국 투자은행들이 무너진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번 금융위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극적이다. 세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를 일으켰으리라고 생각되는 원인들을 꼽아본다면 지속 불가능한 글로벌 불균형 상태와 (각국 정부의) 이자율을 높이는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금융상품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이에 맞는 규제를 만드는 것은 간과했다는 점,주택 담보대출(모기지)의 확대에 대해 은행 관계자들과 위험관리 전문가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
▷씨티그룹의 CEO로서 이 같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예상했는지.
"씨티그룹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은행 관계자나 위험관리 전문가,신용도 평가회사,당국의 규제담당자들을 포함해 대부분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번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
▷미국 투자은행(IB) 모델의 붕괴로 인해 새로운 IB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어떤 형태의 IB가 앞으로 나타나리라고 보는가.
"지금까지 투자은행들은 트레이딩,자본 형성,컨설팅(advisory services)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대형 상업은행들도 이 같은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미국의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은 서로 다른 규제 구조 아래 있었다. 전통적인 미국 투자은행 중 대다수는 지금 사라졌다. 나머지는 상업은행 쪽으로 전환했다. 확신할 수는 없으나,앞으로 복합적인 기능을 갖고 살아남을 은행은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수는 그동안 해왔던 사업 영역 중 한 가지,예컨대 컨설팅 부문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덩치를 줄일 것이다. "
▷지금 한국에서는 새로운 투자은행들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 대해 조언할 점은.
"제3자로서 한국 금융회사 관계자들에게 일반적인 충고 이상을 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충고를 한다면,국제 자본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혜택이 따른다. 비록 경제위기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
▷미국 투자은행들은 이번 금융위기를 야기한 장본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데.
"투자은행의 규제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성찰이 이뤄지고 규제가 보다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될 것이고,그렇게 돼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모기지 제도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규제 개선이 또 다른 금융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
▷일부에서는 글로벌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그런 판단을 내리기엔 너무 이른 것 같다. 본격적인 회복 시기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희망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 각국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집행하는 정책들은 긍정적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들에 대해 월 스트리트의 시각은 어떤가.
"미국 정부의 노력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대통령의 노력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본다. "
▷경제 위기로 인해 미국이 쥐고 있던 헤게모니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이전에 비해 보다 강력한 파워를 갖고 또 다른 균형을 형성하게 되리라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믿음이 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 같은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여건도 형성돼 있다. 그렇지만 미국 금융시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미국 금융시장이 갖고 있는 절대적인 크기와 깊이,유동성이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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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프린스는‥
1975년 US스틸 담당 변호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79년 씨티그룹의 전신인 커머셜 크레디트에서 근무한 것을 시작으로 씨티그룹 최고행정책임자,최고운영책임자,최고경영자를 거쳐 2006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이 시작된 2007년 12월 주택저당증권(MBS)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투자 컨설팅 업체인 스톤브리지 인터내셔널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